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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4화

신선행 열차

by 미히

전우성은 열차에 몸을 싣고 등교 중이었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시연이 세상을 터뜨릴 뻔한 사건이 벌어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세상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척돔에서는 사이렌의 무대가 다시 열렸다. 하지만 사이렌의 막내인 리게아, 즉 이시연은 보이지 않았다.


4인조로 진행된 공연에 대해, 소속사는 그녀가 개인 사정으로 팀을 탈퇴했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팬들은 크게 당황했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리게아의 행방에 대한 추측과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왜 팀을 떠났는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한편, 전우성은 일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이시연과 함께 백두산에서 벌였던 일은 그저 초능력자들 간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북한과 중국 양측 군인들에 의해 발각되었고, 자칫하면 군사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심각한 국제 문제로 발전할 뻔했다.


한국의 대통령은 우성을 호출했다. 그와 함께 각국 정상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수습했다. 이 과정에서 우성은 한반도에서 벌어질뻔한 세계3차대전을 막아냈지만, 그 모든 일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학교에는 체험학습으로 신청해 두었다. 일주일 동안 그 모든 것에 마침표를 찍었고, 그는 열차를 타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전우성은 열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봤다. 그때, 정이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우성은 잠시 생각했다. 그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메신저가 왔다.


"살아있냐? 무슨 학교를 일주일째 안 나와."


전우성은 답장을 보냈다.


"좀 늦을 듯. 열차가 늦게 왔어."


다시 정이나에게 메신저가 왔다.


"수행평가 해야 해. 지금부터 밤새도 모자라."


그의 학교에서는 이름순으로 자리를 앉았고, 정이나는 그는 옆자리였다. 수행평가 때면 줄곧 그녀와 같은 조가 되었다.


정이나에게 다시 메신저가 왔다.


"나랑 하는 수행평가도 0점 맞게 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전우성은 신선고등학교에서 전설의 빵점으로 통했다. 중간고사에서 물리학 100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과목에서 0점을 받은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풀빵(Full 0)이라는 별명을 처음으로 얻게 되었고, 거기에 덧붙여 띨빵, 그리고 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지만, 그건 의도된 것이었다.


"밤새야지."


우성은 가볍게 메시지를 보냈다.




역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우성은 가방을 들고 자리를 일어섰다.


"이번 역은 신선, 신선역입니다. 내리시는 문은..."


그때, 갑자기 신호음이 뚝 끊겼다. 이상한 침묵이 열차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곤 열차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속도를 높이며 계속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승객들 사이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창밖으로 보이던 신선역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어리둥절한 모습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열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열차는 신선역을 지나치고, 이제 폭주하기 시작했다.


열차 안의 누군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한 승객이 열차 안의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는 조작 버튼을 누르며 승무원실과의 연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받질 않아요."


사람들은 점점 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열차는 점점 더 속도를 높여가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승객들은 서로 걱정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전우성은 긴장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앉아 있던 열차는 정상적인 운행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직감은 지난 주에 겪었던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일 역시 단순한 기술적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전우성의 몸에서 번개가 튀기 시작했다. 그의 능력이 점점 발휘되면서 열차에 마찰이 걸렸다. 그는 집중해서 열차의 전류 흐름을 조절했고, 결국 열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열차는 천천히 멈추어 마침내 신룡역에 도착했다. 스크린도어가 열리며,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모두들 놀란 표정으로 신룡역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전우성의 머리카락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처럼 전기가 흐르지 않았고, 그의 모습은 다시 평범해 보였다.


"학생, 안경이 부러졌네."


열차 안에서 한 사람이 그의 흰색 뿔테 안경을 바닥에서 주워 전우성에게 건넸다. 그 사람은 검은 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허리를 한껏 굽힌 할머니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감사합니다."


전우성은 안경을 받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스크린도어를 빠져나왔다.


전우성은 플랫폼에 서서 이상한 상황을 곰곰이 생각했다. 열차가 폭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능력을 발휘해 승무원실을 살펴보았다. 승무원은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는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가 작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아까 그에게 안경을 주워준 검은 천을 뒤집어쓴 사람이 슬며시 다가왔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전우성을 바라보았다.


"찾았다!"


전우성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그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었다. 검은 천 아래에서 젊은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고,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깜짝 놀라 의자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사라져 있었다. 검은 천을 뒤집어쓴 젊은 여성은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전우성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 안의 사람들은 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하게 역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아까의 여성은 누구였을까? 그녀는 자신을 찾았다고 말했고, 그 말은 이상하게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전우성은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앗, 지각이다!"


그는 급하게 가방을 챙기며 다시 학교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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