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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3화

소리와 전자기

by 미히

그들이 백두산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 멀리서 전투기들이 그들을 추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기들은 38선에 도달하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군사적 제한선 때문에 그들은 이시연과 전우성을 더 이상 쫓지 못했다.


마침내, 그들은 백두산에 도착했다. 이시연은 천천히 백두산 천지 위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곳이 나의 첫 번째 무대야."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이 곡은 남북교류 행사 때 부르려고 연습했던 노래야."


그녀는 가볍게 천지 위에 내려앉더니, 그곳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전우성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누구나 아는 곡이었다. 통일의 염원을 담은 노래였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염원을 넘어섰다. 그것은 마치 힘을 끌어모으는 주문처럼, 주변의 공기를 압축하고 있었다.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둔탁해지고, 두꺼워지며 백두산 천지를 감쌌다. 산이 흔들리고, 천지의 물결이 소리 없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전우성은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파괴의 도구였다.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이시연의 목소리는 더욱 강렬해지며, 백두산 천지의 물결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그마의 힘이 그녀의 목소리로 움직이는 듯했다. 그녀는 세상의 균형을 깨뜨리려 하고 있었다.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그녀는 마지막 가사를 반복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지의 물결은 점점 더 거세지고, 백두산 아래의 마그마가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듯했다.


전우성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만둬! 이시연, 그만하라고!"


그러나 이시연은 그를 비웃으며, 저주파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기 시작했다.


"Boom!"


그녀는 목소리의 임팩트를 주며 마지막 음을 내뱉었다. 백두산 천지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며 폭발 직전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시연은 백두산 천지 위에 서서 미소를 활짝 지었다. 그녀는 폭발을 예상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소리로 화산이 폭발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백두산은 멀쩡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화산재는 일어나지 않았고, 천지의 물결도 조용했다. 분명 그녀의 목소리는 강력했지만, 백두산은 반응하지 않았다.


"무슨 수를 쓴 거야?"


이시연은 전우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전우성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노이즈 캔슬링이야."


이시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지구를 움직일 정도의 저주파 소리라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으로 상쇄 가능하지. 네 목소리와 반대 위상의 소리를 생성해서, 소음을 상쇄하는 방식이야. 내가 기차나 버스를 탈 때 사용하는 거지."


이시연은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하하하! 그럼 고주파는 못 막는다는 거네?"


전우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고주파는 노이즈 캔슬링하기 어렵지.


지금 내 능력으로는 그걸 상쇄하는 건 좀 무리야.


주파수가 높으면 정밀도가 더 필요해.


고주파라면 귀를 막는 게 더 빠르지.


그걸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하고."


전우성이 귀를 막아보이는 시범을 하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고주파로 사람들 눈알을 터뜨려야겠구나."


이시연은 더욱 기뻐진 얼굴로 말했다.


전우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발, 그렇게 하지는 마."


그러나 이시연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한 음을 길게 끌며 목소리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고주파 소리가 서서히 주위 공기를 진동시켰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결국 가청 주파수를 넘어섰다.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전우성은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음을 높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청 주파수를 넘어서자, 마치 완벽한 침묵이 찾아온 것처럼 조용해졌다. 소리는 이제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세상의 소리를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내 말 좀 들어. 너가 이렇게 나가면..."


전우성이 말을 걸었지만, 이시연은 더 이상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녀가 손으로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전우성의 목소리를 차단했고, 이제 그녀에게는 골전도되는 자신의 목소리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자연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무들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바위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지가 그녀의 소리에 반응하는 순간이었다.


전우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그때, 이시연이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흐핫!"


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목을 움켜쥐었다.


"내 목소리가... 왜 이러지?"


이시연의 목소리는 갑자기 왜곡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목을 만지며 다급하게 외쳤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전우성은 조용히 웃었다.


"계속 너에게 말하고 있었잖아. 그렇게 나오면, 성대를 감전시킬 수밖에 없다고."


이시연은 전우성을 경악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전류가 천천히 그녀의 몸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고주파를 내는 동안, 전우성의 전류는 더욱 깊숙이 그녀의 성대를 타고 들어갔다.


이시연은 목소리가 뒤틀리기 시작하자, 더 이상 높은 음을 낼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떨리기 시작했고, 목에서 나는 소리는 더 이상 그녀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안 돼!"


이시연은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내 목소리가... TTS처럼 들려!"


이시연은 절망에 빠진 채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변형되어 있었다. 전자음처럼 기계적인 소리가 흘러나왔고, 더 이상 그녀가 자랑하던 아름다운 음색은 없었다.


"Boom! Boom!"


이시연은 제자리에서 필사적으로 발을 굴렀다. 한때 그녀가 세상을 뒤흔들던 목소리로 외치며 폭발적인 소리를 내려고 애썼지만, 이제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전우성의 전류가 그녀의 성대를 마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강전류로 사는 건 참 부작용이 많다니까."


전우성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녀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바라보며 전기의 힘을 천천히 풀어냈다. 몸을 감싸고 있던 전기가 점차 사라지자, 그의 머리카락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전우성은 백두산 천지 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주변의 공기는 차갑고 맑았다. 그러나 이시연의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이렇게 끝날 순 없어."


이시연은 전자음을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한때 전 세계를 뒤흔들 것이라 믿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이제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 소리의 힘은 더 이상 그녀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자, 자, 이, 이, 이제, 이제 한, 한, 한, 한국으로, 돌아, 돌아가, 가, 가자."


전우성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서 눈물을 흘리는 이시연을 바라봤다. 한때 강렬한 의지로 가득했던 그녀는 이제 그저 무너진 채 울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때, 주변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전우성과 이시연을 양쪽에서 군인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중국과 북한의 양측 군인들이 백두산을 중심으로 둘을 에워쌌다.


"站住! 不许动!"

(멈춰! 움직이지 마!)



중국 군인들이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정지하라우! 움직이지 마라우!"


북한 군인들도 동시에 총을 겨누었다. 백두산 천지의 이시연과 전우성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중대한 위협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우성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시연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아 있었다. 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싸울 의미가 없었다.


전우성의 머리카락이 다시 삐죽삐죽하게 서기 시작했다. 양측 군인들이 긴장하며 총구를 겨누는 그 순간, 전우성은 이시연을 조용히 품에 안았다.


"쉬, 쉬, 쉬어, 쉬어라."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시연은 반항할 힘도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전우성의 품 안에 안긴 채 흐느꼈다.


그 순간, 하늘을 가르는 한 줄기 번개가 백두산 상공을 가로질렀다. 천둥 소리가 산을 뒤흔들며 크게 울렸다. 그리고 강력한 전류가 주변을 감쌌다.


양측의 군인들은 갑작스러운 번개와 천둥 소리에 잠시 당황했다. 그들은 눈을 비비며 다시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전우성과 이시연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他们去哪儿了?"

(어디 갔지?)


중국 군인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들이 사라졌소!"


북한 군인이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백두산 천지는 여전히 고요했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번쩍 하며 지하 대피소에 불이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있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갑작스러운 조명에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봤다. 곧이어 선생님 중 한 명이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전력이 복구된 것 같구나!"


"만세!"


"다행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불안했던 분위기가 환하게 바뀌었다.


"다들 질서 유지해서 나가자, 자 3학년 10반부터."


다른 선생님이 침착하게 말했다.


3학년 학생들이 일어나서 차례차례 대피소를 나가기 시작했다. 정이나도 주변을 둘러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문득 옆을 보았다.


거기에는 분명히 전우성이 있었다.


"뭐야, 너 언제 온 거야?"


정이나는 놀란 표정으로 전우성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앉아 있었다.


"무슨 소리야, 야, 야."


전우성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너 아까 없었잖아!"


정이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팔을 꼬집어 보았다.


"아야!"


전우성은 짜증스럽게 반응했다.


그러나 정이나는 이상한 점을 금방 눈치챘다. 전우성을 꼬집었을 때, 늘 있던 정전기가 나지 않았다.


"정전기도 나지 않잖아!"


정이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너... 머리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잖아!"


전우성의 머리카락은 평소처럼 부시시하지 않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정이나는 그 모습을 보며 더더욱 의아해졌다.


그때, 선생님이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자 1학년들도 일어서!"


1학년 학생들이 소란스럽게 일어나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전우성과 정이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섰다. 두 사람은 앞뒤로 줄을 서서 복도로 나가기 위해 천천히 움직였다.


정이나는 계속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뭐지...?"


전이나는 생각했다.


'이상한데.. 안경이 흰색 뿔테가 되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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