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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6화

신선호텔

by 미히

전우성은 학교에 도착했다. 그가 중앙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 신재화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신선호텔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신재화는 정중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전우성은 의아했다.


‘뭐야, 호텔이라니?’


"전우성님이시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체크인은 강당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신재화가 별관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전우성은 당황하며 물었을 때, 선생님이 윗층에서 내려왔다.


"제가 강당으로 안내하도록 하죠."


선생님의 태도는 놀랄만큼 공손했다.


신재화는 선생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와 다른 산뜻한 미소를 지었다. 전우성은 그 모습이 다소 기괴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전우성을 데리고 강당으로 걸어갔다. 전우성은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세요."


전우성이 물었다.


선생님은 걸어가면서 그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말했다.


"오늘은 학예제가 있는 날이에요.


신선고등학교의 오랜 전통이지요.


3학년들은 수능 준비로 바쁠 테고,


2학년들이 주축이 되는 행사죠.


여기에는 프레시맨 학생을 하나하나 초대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 문화가 있다구요?”


전우성은 되물었다.


어느덧 그들은 강당 앞에 도착했고,

선생님은 그에게 강당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가면 다 보게 될 거야."


전우성은 선생님의 얼굴을 조심스레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신재화와 같은 산뜻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전우성이 강당 안으로 들어섰다.


강당은 수많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고,


학생들은 모두 줄을 서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우성은 신재화의 말을 떠올렸다. ‘여기가 그 체크인하는 곳이라는 건가?’ 그는 의문을 품으며 그 중 한 줄에 섰다.


그는 양옆에 줄을 선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들은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에는 "띨"이라는 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강당에 줄을 선 모든 학생들 모두가 같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전우성은 혼란스러워하며 뒷걸음질 쳤다.


‘이게… 대체 뭐지?’


그의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주변의 학생들은 아무 말 없이 줄을 서 있었고, 그 가면들 속에서 기이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그를 엄습해왔다.




줄이 빠르게 줄어들어, 전우성은 쭈뼛대며 프런트 데스크 앞까지 다가갔다. 한번 얼굴을 본 적 있던 선배가 그에게 물었다.


"예약자 성함이 어떻게 되실까요?"


선배는 차분하게 물었다.


"전… 우성이요."


전우성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선배는 명부를 넘겨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전우성님은 펜트하우스로 예약이 되어 있으십니다.“


”펜트하우스요?“


”일행은 없으시고요?"


그녀가 물었다.


"네에…"


전우성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여기 객실 카드키 받으시구요,"


객실 카드키는 학교 보안카드였다.


"D홀 6층입니다."


선배가 안내했다.


'D홀 6층이면… 대열람실이잖아.'


전우성이 생각했다.


"저희 호텔리어가 안내해드릴 겁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그 또한 지나가면서 본 적 있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의 복장은 상당히 정돈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우성은 '생각보다 제대로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신가요?"


그녀는 친절하게 덧붙였다.


"편의시설은 뭐가 있나요?"


"수영장, 사우나, 헬스장, 식당, 영화관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공손하게 설명했다.


호텔리어와 함께 복도를 따라 걸으며, 전우성은 대열람실이 어떻게 객실로 변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D홀 6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눈앞에 넓은 객실로 개조된 대열람실이 나타났다. 테이블과 의자 대신,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이야 훌륭한데.”


전우성은 대열람실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공간이 넓어 시간이 꽤 걸렸다.


전우성은 대열람실 끝에 있는 도서관 문을 바라보았다.


‘저기에는 뭐가 있을까?’


그는 다가가 문을 열어보려 했으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문이 열리지 않죠?"


호텔리어가 설명했다.


"커넥팅 도어입니다. 일행이 숙박하신 경우 열어드립니다만, 오늘은 다른 분께서 묵고 계십니다."




"수영장은 어디 있죠? 가보려고 하는데."


전우성이 호텔리어에게 물었다.


"D홀 지하 1층에 있습니다."


호텔리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우성은 의아했다. 'D홀에 지하 1층이 있었던가?'


그는 머릿속으로 학교의 구조를 떠올렸지만, 그런 시설이 있다는 기억은 없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확인하자, 놀랍게도 지하 1층 버튼이 있었다.


그는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는 조용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와 복도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느껴졌고, 곧 그는 편안해졌다.


지하 1층에 도착하자 수영장 로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이 열리자, 고급스럽고 깔끔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로비에는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전우성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전우성님. 수영복 가져오셨나요?"


직원이 물었다.


전우성은 잠시 멈칫하며 자신의 복장을 떠올렸다. 그의 아버지는 전우성의 전기 제어 능력을 위해 여러 가지를 만들어 주었고, 지금 그는 고무로 된 언더웨어를 입고 있었다.


그는 새삼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대답했다.


"네."


직원은 미소를 띠며 그에게 비치 가운을 내밀었다.


전우성은 사우나 시설을 지나 수영장 쪽으로 향했다. 수영장에 들어서자 어둑한 조명이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조명은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그의 앞으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나갔다. 몇몇 학생들은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풀사이드의 선베드에 누워 쉬고 있었다.


전우성은 선베드에 가운을 걸쳐두고, 천천히 물로 들어갔다.


전우성은 부드럽게 물을 가르며 수영을 시작했다. 물은 적당한 온도로 따뜻했다.


'정말 훌륭한걸.'


전우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학예제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멋진 시설을 준비하다니. 그는 이제 이 학예제의 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 이런 시설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는 물 위에 몸을 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수영장은 원래 학교 수조였을까? 아니면 임직원들을 위한 프라이빗 수영장이었을까?


'학예제 전에 이곳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낸 후, 전우성은 헬스장으로 향했다. 헬스장은 넓고 고요했다. 전우성은 조정 운동 기구를 사용했다. 물결처럼 움직이는 기구 위에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자, 몸이 개운해졌다.


운동을 마친 후, 전우성은 영화관으로 갔다. 영화관에서는 백두산에 대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전우성은 잠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거대한 산과 화산 폭발, 그리고 주변 풍경들은 그의 기억 속에서 묘하게 겹쳤다. 백두산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그는 잠시 긴장했다. 영화가 그의 기억을 자극하고 있었다.


영화를 본 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도를 걸었다. 방으로 가는 길에, 호기심이 든 전우성은 교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교장은 교장실 한가운데에 있는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하고 있었다. 교장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전우성은 당황한 채 조용히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갔다.


방 안으로 돌아와 전우성은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그는 로브를 느슨하게 걸치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참 훌륭한 하루야, 내일도 비슷한 하루면 좋겠어.”


그는 편안한 기분으로 하루를 돌아보았다. 수영장, 헬스장, 영화관... 모두 너무나도 완벽했다.


그러다 문득, 방 안이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갑자기 혼자 쓰기엔 지나치게 넓은 공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혼자만 쓰기엔 너무 넓네…“


그가 혼잣말을 하며 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수행평가가 떠올랐다. 일주일 전에 선생님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니, 내일이 바로 그 수행평가 날짜였다.


“내일이었잖아, 수행평가.”


그는 순간 긴장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주머니에서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깜짝 놀라 주머니를 뒤적여 보았다. 안경이 금이 간 채로 찌그러져 있었다. 전우성은 당황하며 안경을 꺼내 들었다.


'잠깐… 오늘 하루 종일 안경 없이 다닌 거야?'


그는 수영장에서 그가 본 풍경들을 되짚어생각해보았다. 안경도 없었는데, 선명하게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우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의 머리카락은 평소와 다르게 축 가라앉아 있었다.


"머리가 하루 종일 축 가라앉아 있다고?"


그는 혼잣말을 하면서 스스로도 놀랐다. 평소 같으면 더듬거렸을 그의 목소리는 오늘 하루 내내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이제서야 이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언제부터였지?"


전우성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 변화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긴장하며 그 순간을 되짚어 생각했다.


그때, 끼이익 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우성이 응접실로 나왔을 때, 커넥팅 도어가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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