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3화

미니닥터

by 미히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저는 부모님의 가업을 돕고 있어요.


그건 농사를 짓는 일이에요.


다른 일을 겸할 수는 없습니다.“


나의 완강함에 그는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말했다.


“마지막 선택입니다,”


그가 한참 전부터 테이블 위에 있던 투명한 액체를 가리켰다.


“당신에게 이 물병을 주려고 합니다.


이 안에는 우리의 DNA 수정로봇들이 들어있지요.


극소형이라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걸 바라보았다.


“이 물을 마시면, 안에 들어있는 로봇들이 당신 몸에 퍼질 겁니다.


그들은 당신의 DNA 정보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에 한 부분씩, 365일에 걸쳐 당신의 유전자를 수정해나갈 겁니다.“


그는 이제 물병을 손에 들었다.


“유전자를 수정한다고요?”


내가 물었다.


“유전자를 수정한다고 하지만, 당신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발현의 정도를 수정하는 것이죠.


당신 안에는 수십억 개의 형질이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일부 발현된 형질들이 지금의 당신을 정의하고 있죠,”


그가 내 앞에서 물병을 흔들어보였다.


”이 미니닥터들은 당신의 몸에서 최고의 잠재력을 끌어낼 겁니다.


당신 스스로가 당신 유전자의 최고 발현체가 되는 셈이죠.


어떻습니까?“


그가 내게 물었다.


그 제안은 솔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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