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과 11 사이
우리는 프로젝트의 이름에 디아드(Dya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개의 상호작용하는 개체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0과 1로 이루어진 컴퓨터 연산을 연결해내는 ‘전뇌량’의 개발은 그녀가 주도했다.
나는 개념적 설계에 몰두했다.
밥솥에서 ‘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 내 머리 속에서도 반짝이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은 밥을 지을 때, 생쌀과 밥으로만 구분하지 않아.
그 사이에는 설익은 밥과 타버린 밥이 있지.”
내가 말했다.
“퍼지 이론(Fuzzy Theory)이네.
요즘 전기밥솥은 0과 1 사이를 나눠서 그걸 구분해.
예를 들면,
0은 생쌀
0.333 은 타버린 밥
0.666 은 설익은 밥
1은 잘 지어진 밥으로 말야.”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컴퓨터의 기본 원소를 0과 1이라고 가정해보자고, 이거 봐봐.“
내가 전자칠판에 숫자를 그렸다.
0 1
0 1
나는 세로 간격을 조절해 0과 0을 만나게 만들었다.
8 11
숫자는 두 개로 줄었다.
”두 개의 컴퓨터 연산은 결국, 0과 1 사이를 8과 11로 확장하는 거야.”
나는 8과 11 사이의 가로 간격을 벌리고, 9와 10을 그려넣었다.
8 9 10 11
그 후, 8을 회전시키고, 9의 획을 분리시켰다.
00 01 10 11
“이진수로는 0, 1, 2, 3이지.”
내가 뿌듯하게 말했다.
“1과 0은 좋음과 나쁨, 있음과 없음이잖아. 저것들은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
그녀가 물었다.
나는 네 개의 숫자들을 세로로 배열했다.
11
10
01
00
“11은 생성된 상태야, 10은 유지되는 상태, 01은 허물어지는 상태, 00은 소멸된 상태지.“
나는 숫자 옆에 문자를 써넣으며 말했다.
11 성
10 주
9 괴
8 공
“성주괴공(成住壞空)이야.”
내가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