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랖 Sep 17. 2024

Round 3

딸기코

<안내문>
지금부터 연재되는 글에는 본캐인 개그캐가 조금 덜합니다. 어찌어찌 MSG를 뿌려 보려고 노력해봤으니 도~저히 안될것 같습니다. 조금 우울하더라도 꾸욱 참고 읽어봐주십쇼
곧 본캐(개그캐)로 돌아오겠습니다.^^

퍽~ 푸욱~ 퍽퍽

지금 듣고 계신 소리는 전남 함평으로 갓 시집온 새댁이

지 손으로 무덤 파고 들어가는 삽질 소리입니다.

(꺼이~꺼이~ㅜㅜ)



그렇게 우당탕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더욱 파란만장한 제 2의 인생이 펼쳐졌다.


시어머님의 파킨슨 증는 점점 악화돼서

거의 움직일 수가 없게 되셨고

요양원 대신 간병을 자초하신 시아버님 역시 

점점 초췌해져 가셨다. 얼굴이?

아니아니 마음이..

마음의  다크서클이 이전 보다 훨씬

찐~한 색으로 드리워지기 시작하셨고

그 다크써클이 뿜어내는 기운은 어마무시했다.


아버님과 전화통화를 하면 온갖 악담을 퍼부으셨는데

1번 통화에 일주일 가까이 나는 밥도 못먹고

구토증상을 일으킬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며느리인 나한테만 그런게 아니고

친자식들인 누나 두 분과 울 남편에게도 똑같이 하셨다는..

(간병 스트레스를 자식들에게 푸셨다. 남의 자식 포함)


그 강도가 얼마나 쎘냐하면..

평소 벽창호 같다고 소문난 둘째 형님이 아버님과

통화후 3일 동안 식사를 못하고 헛구역질을 하셨다면야 뭐..

말 다했지..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인후통이 너무 심했다.

양약 알러지가 있는 나는

참고 버텨보려고 했으나 통증이 날로

이러다 목수술까지 해야될것 같다는 생각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흠...”

의사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한번 쓰윽 보시고 모니터를 또 쓰윽 보시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 아~무 이상 없습니다!”


하시는 거다. 돌팔이신가..

목이 이렇게 아프고 침도 못삼키고 밥도 못 먹겠는데 무슨 소리냐며


“식사는 잘 하십니까?”


“(목 아파서)잘 못합니다...”


“잠은 잘 주무십니까?“


“아뇨..”


그러고 보니 요새 통~ 밥도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잤더랬다.

목이 아파서 였는지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의사쌤은 약을 처방해주셨고

약국에 가서야 나는 그 약이 신경안정제라는 걸 알았다.


아니..목이랑 신경안정제가 뭔 상관이래요?

목 아프니까 신경을 마비?시켜 주실라나..

  약사님께서


“요즘 스트레스가 좀 심하진 않으셨나요?”


“맞아요 맞아요(격하게 끄떡끄떡).”


“스트레스가 심하면 이렇게 인후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시 집에 사혈침 있나요?“


“예! 그 부항 뜰때 피뽑는 그 침 맞죠?”


“네~ 그걸로 콧등 가장 살이 많은 곳을 열 몇 번 정도 뚫어서 피를 빼면 목이 좋아질 겁니다.”

하신다.


에?? 목이 아픈데 코를 침으로 찔러서

피를 내라고요?

이 무슨 해괴망측한 말씀이란 말입니까..

이상한 약사님이라 생각하고 그냥 대충 약값만 내고 나왔다.

그 신경안정제는 알러지 때문에 먹지는 못할 거고

또 밤새 목 통증에 시달릴 걸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했다.

그렇다고 누가 자기 콧등을 사혈침으로 푹푹 찔러 피를 내것습니까?


예~ 제가 해보았습니다!! ㅋㅋㅋㅋ

너무 심한 통증에 자다 깬 나는 야밤에 침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콧등을 쑤

피를 잔뜩 흘린 나는 목통증에서 벗어났다죠..ㅜㅜ

결국 딸기코가 됐습니다 하도 찔러대서..


결국 스트레스 였다는 말인가..

결혼하고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코를 찌르고 있다면

두 달뒤에 내 머리통을 침으로 뚫고 있을지도..

(그나저나 그 약사님 명의일쎄!)





시댁 마을 교회 목사님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셨다

어머님 저리 간병하시면 큰일 난다. 요양원으로 빨리 모셔라


효자 남편은 깜짝 놀라 연락없이 본가로 향했고

그때 본 광경은..

대소변을 못가려 치우기 힘들던 아버님은

어머님 하의를 다 벗겨놓으셨고 밥도 똥 치우기 귀찮다며

잘 안주셨던 모양이었다.

어머님이 아들을 보자마자


“아들~ 배고파~”


아들(남편)은 눈이 헤까닥 뒤집혀 당장 병원으로 모시고 간다며 아버님께 태어나 처음으로 대들었고

아버님은 죽으면 죽었지 절대 요양원으로는 못 보낸다고 완강하게 나오셨다.

(그땐 요양원에 대한 인식이 안좋았다)

마을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소리가 듣기 싫으시단다


장성한 자식들이 병든 어머니 수발도 안든다는 소리는

차마 들을 수 없으니 본인이 감내하겠다 더 잘해보것다 하시더랜다.

아들은 그게 아버님의 자존심이며 나름의 자식 사랑이라

생각한 나머지 눈물을 머금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설 밖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어머님의 치매증상

그 무렵 엄청 심해지셨다고.

(밥 먹고 돌아서면 또 밥달라고를 하루에 수 십번)

아버님!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거의 주말에는 시댁을 방문했고

온갖 음식을 해가도 어머님은 급기야 삼키질

못하셔서 환자식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내 신혼생활은 아름답질 못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건 하나..


금전적으로 넉넉지 못한 남편은

고민고민하다 멋진 호텔을 하나 예약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나를 위한 작은 이벤트..


크~휘황찬란 호텔에 두근두근 체크인하고

멋진 뷰에 푸욱 빠져 감상하다가

남편과 오붓한 그 타임을 보내려는 찰나!


띠리리링~~

남편 휴대폰벨이 울렸다. 늦은 밤 울리는 핸드폰은

불길하다


발신자는 아버님!

어머님이 위급하시단다 숨을 잘 못쉬는 것 같다며

빨리 서둘러 오라셨다


정신없이 후다닥 챙겨서

(눈물의)체크아웃을 하고 힘껏 밟아 시댁으로

향했다.

출발하고 20분 후!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님 괜찮아졌으니 오지 마라"


이번이 벌써 5번째!

(아버님! 조금만 있다가 전화하시지..ㅜㅜ)


호텔비가 아까워서, 언제까지 이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혼생활을 해야하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쬐끔 날뻔 했다


그래~별일 없으니 됐지

속없이 뭔 호텔씩이나 가서 ..으이구




며칠 뒤 한밤 중에 또 남편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아버님..

묵직하게 내리깔린 목소리가 핸드폰을 뚫고 나왔다.

.

.

.

.

.




"어머니 돌아가셨다.."




이전 03화 Round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