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만 하던 내게 자연의 흐름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해가 지는 게 당연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내게 주어진 일, 내가 돌봐야 할 아이들에게만 집중했다.
항상 시간에 쫓겨 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출근 준비를 하기 직전까지 홀로 누리는 새벽 시간이 그저 좋았을 뿐이다.
가끔 여행을 가야 해 지는 풍경을 보며 황홀해했다.
해가 뜨고 지는 것 정도는 특별히 시간을 만들어야 볼 수 있는 것. 그 정도였다.
그러다 휴직을 하고,
매일 아침 출근을 하지 않고 나서야 보였다.
저녁노을의 고요한 움직임을.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 산의 어울림이.
미친 듯이 달리던 일상을 멈추고 나니 눈앞에 펼쳐졌다.
눈물이 났다. 내 마음까지 붉게 타올랐다.
인생책 중 하나로 꼽는 <위대한 멈춤>을 다시 읽는다.
삶의 전환기는 일단, 멈춤을 해야 하는 때다.
그리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걸 듣지 못하면 뭘 하든 공허하다.
자기 계발을 하겠다며 책을 읽어도, 돈 되는 일들을 배우러 다녀도 헛헛하기만 하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는 대신, 다른 이의 욕망을 나에게 투영해 쫓아다니느라 바쁜가?
내가 원한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세상이 원하고, 다른 누군가가 갈망하는 그것이 아닌가?
내 삶의 전환기는 누구도 아닌, '나'에게서 시작된다.
날이 맑았던 날, 해 질 녘 하늘을 오래 바라보다 알게 되었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멈추고 쉬어야 할 때도 분명 있다.
멈추고 쉬어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고 말이다.
멈춰야, 쉬어야 보이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해가 뜨고 지고,
내가 숨 쉬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조차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