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자를 병들게 한 주범은 OO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집밥을 먹고 있을까?
하얀 쌀밥에 김치를 얹어 먹는 게 좋다.
갓 구운 김까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좋다.
고기도, 국도 찌개도 필요 없다. 그저 밥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침에 뭘 먹지 않으면 괴롭다.
공복인 상태가 오래되면 위산이 과다분비되기 때문이다.
(나는 만성위염, 식도염 환자다)
내게 집밥은 생명줄이고, 그날 하루를 살아갈 힘의 원천인 셈이다.
일중독자를 병들게 한 주범은 OO이었다
그런 내가 집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주말뿐이었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우유나 빵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운이 좋았다.
점심밥은 무조건 외식이었다. 점심 미팅도 자주 있었으니까.
저녁밥은 먹을 여유조차 없다. 저녁밥도 차 안에서 해결한다.
퇴근하면 두 아이들을 보러 뛰듯 가야 하니 말이다.
항상 소화제를 두둑이 챙겨둬야 마음이 편안했던 삶.
1일 3 외식의 삶이란 그랬다.
빨리 만들어지고 먹기 편한 음식으로 허기만 채웠던 일상이었다.
토스트, 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먹고 나면 배만 부른 음식이 아닌가.
이렇게 밥을 좋아하는 나인데 언제부턴가 이런 밥은 주말에나 먹을 수 있었다.
열다섯 살 때부터 위염을 앓았다.
자주 체했고, 속이 쓰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위가 싫어했다.
매콤한 떡볶이, 달달한 아이스크림, 밥처럼 먹을 수 있는 흰 우유까지.
먹기만 하면 아팠다. 약을 달고 살았다.
30여 년간, 나의 속병은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위염으로는 부족했는지 식도염 진단을 받았고, 식도염이 심하다 못해 '바렛 식도' 진단까지 받았다.
의사는 경고했다.
오랜 세월 위산이 역류해 식도 세포를 변이 시키기 시작했다고 말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식도암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세포변이 진행을 막는 약을 한 보따리 받아 들고 온 날,
무서웠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난 뭘 한 건지 자책했다.
그리곤 나의 식생활을 돌아봤다.
집밥 대신 외식을 더 즐겨했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만 대면서 말이다.
휴직, 집밥 챙겨 먹기의 시작점
일을 쉬면서 1일 3 집밥을 먹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 쌀밥에 이것저것 얹어서 먹는다.
없는 요리 솜씨를 발휘할 때도 있다. 맛은 없어도 집밥이라 다 좋다.
집밥은 소박해도 내겐 진수성찬이다.
유튜브를 검색해서 삼각김밥도 만들어본다.
정말 쉬워서 맛이 없을 수 없는 반찬을 준비한다.
요리를 못하면 어떤가. 내가 먹을 음식이니 즐겁게 준비하면 된다.
혼자 먹어 외로울 법도 한데, 아직까진 좋기만 하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집밥은 언제나 옳다.
왜냐하면,
매일 집밥을 먹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달라졌기 때문이다.
너무 맵거나 튀긴 음식 (술 포함)만 조심하면 약을 더 먹지 않아도 괜찮다.
매일 먹던 약의 용량도 절반으로 줄였다.
불치병이라고 믿었던 나의 속병은 이렇게 나아질 수 있었던 거다.
문득,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이 질문을 기억하면 좋겠다.
바꿔 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