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자가 휴직을 시작하며 마음먹은 것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쉬어.
휴직 첫날 아침,
남편이 출근하며 당부했다.
남편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내 천성을 알기에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일을 만들어하느라 온몸이 골골댔으니, 집에서라도 쉬면서 건강을 회복하라는 마음.
그래, 나를 걱정하는 남편의 마음은 잘 알겠다.
네, 숨만 쉬면서 가만히 있을게요.
남편도 이런 나를 믿지 않는다.
나도 믿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말이다.
나는 뭔가를 할 때 기뻐하고, 행복해한다는 쪽을 더 믿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좋아할 만큼.
주말이면 밖을 나가야 활기가 도는 사람이 있다.
집에 콕 박혀 이불 밖을 나오지 않아야 생기 있어지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는 전자에 속한다.
무조건 밖으로 나와 바깥공기,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봐야 직성이 풀린다.
더 많이 걷고, 걸으면서 하늘도 올려다봐야 속이 시원한 사람이 바로 나다.
숨만 쉬면서 집에 있을 수가 있을까.
적게 일하고 시간을 번다.
머리는 비워지고 마음은 채워지는 느낌이다.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속 대사다.
평소 드라마를 볼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드라마를 볼 시간이 있으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시간 부자가 되었으니 끌리는 드라마를 찾아 본다.
적게 일하고 시간을 벌겠다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말이
이상하게도 내 가슴을 두드렸다.
자꾸만 많이 일하려고 했다.
오래 일하고, 많이 일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일하면 일할수록 내 머리는 무거워지고, 마음은 공허해졌다.
이제 드라마 타이틀처럼 반대로 살아봐야겠다.
머리는 가볍게 비우고,
마음은 가득 채워가면서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믿어보련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어쩌면 나는,
아직 모르는 나의 모습을 찾아 떠나고, 본래의 나를 되찾는 여정이 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뭘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
마음가는 대로 걸어가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