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마지막 육아휴직을 시작하다
진작에 시작하고 싶었다. 아니, 시작했어야 옳았다.
번아웃이 되고도 한참을 지났고, 지친 내 몸은 파업이라도 할 기세였다. 뭐가 두려워 시작하지 못했을까? 쓸데없는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사실 두려웠다. 1년이나 쉴 자신이 없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 미쳐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매달 고정 지출액이 상당한데 일을 쉬어버리면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몸은 쉬고 싶어하고, 마음은 쉬기를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버틸 때까지 버틸 생각이었다. 회사에서 쓰러질 정도로 힘들면 그때 휴직하자고 다짐했다. 내게 육아휴직 1년은 최후 보루였던 셈이다. 마지막 남은 육아휴직 1년은 나의 최후 보루였다.
그러다 어느날 출근하며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다. 그 순간 결심해버렸다. 돈이 없어도 쉬어보자.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아니, 더 잘 굴러갈 테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그냥 쉬어보자. 그동안 소홀했던 엄마, 그리고 아내로서 살아보자. 잘 해내지 못할까봐 두려워 피하기만 했던 일들을 해보자. 나의 근간은 가족이 아니던가. 잊지 말아야 하니까. 기본으로 돌아가보자, 싶었다.
6월 첫날부터 1년 간 쉬기로 결정하고나니 축하를 받았다. 부럽다, 쉴 수 있는 게 복이라며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의외로 말리는 이들도 있었다. 한창 일할 때인데 도망가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 그저 웃었다. 좀 버티다보면 편해지지 않겠냐는 회사 선배의 이야기에도 웃었다. 그래, 난 원래 잘 웃는 사람이었다.
출근하지 않는 1년의 시간동안, 나는 멈출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모든 선택은 내게 달려 있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내가 진다. 두 아이들의 엄마로서, 내 몫을 다 해내던 직장인으로서 1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마음을 담아 축하 인사를 전하던 이들에게, 염려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에게도 나의 안부를 전하고 싶다. 휴직을 시작한지 열흘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하루를 온전히 나의 의도대로 쓰고 있다고. 내 몸이 말하는 대로,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듯 살아가는 중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