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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Dec 05. 2024

방치한 밭

오늘은 중장비 기사

  1100평의 밭을 작업했다. 굴착기 6w로 이틀이 걸렸다. 비탈진 밭에 수령 20년이 넘는 꾸지뽕나무가 줄지어 심겨 있었고, 빈자리가 없이 예덕나무와 칡넝쿨과 억새들이 가득했다. 꾸지뽕나무는 전 주인이 가시 없는 것을 사서 심었다고 했다. 적어도 10년 이상 방치한 밭이다. 어떻게 짐작하냐면, 바람이 파종한 예덕나무의 수령을 추측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길을 내고 꾸지뽕나무를 전지 하면 나무 주위를 말끔히 긁어서 치운다. 군데군데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한 군데로 모아 쌓는다. 쌓은 풀과 나무들은 사그라들어 흙이 될 것이다.


  처음 꾸지뽕나무를 은 전주인의 노고가 짐작된다. 꾸지뽕나무가 당뇨병 등에 약효가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열매 달리는 암나무, 그것도 가시가 없는 묘목을 사서 심었을 것이다. 결과는 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수년간 풀관리, 나무 관리에 노동만 하다가 일정 수입이 나오지 않으니 지치고 포기했다가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다. 심고 가꾸기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파는 것이 어렵다. 나름대로 계획하고 주위사람들의 말을 듣고, 종묘상들의 달콤한 선전(안정된 수익)에 혹하여 시작한다. 나무 농사는 적어도 삼 년 이후에 첫 결실을 보고 5 , 10 년 앞을 봐야 한다. 나무도 유행이 있어서 흐름을 타지 못하면 수년간의 수고가 헛되게 된다. 유행은 예측불가다. 자체 수급하려면  판매장(유통방법)이 있어야 하고 출하는 유통업체를 통해야 한다. 이러저러한 고충들이 땅이 있으면 나무를 심어 수익이 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기대를 수렁에 빠뜨린다.


  땅을 빌려서 심으면 헐값에 방치된 땅을 빌어 심더라도 땅이 팔리면 다시 땅을 사거나 빌려 이식해야 한다. 이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나무 심겠다고 하면 땅을 거의 빌려 주지 않는다. 땅을 구했더라도 이식비는 나무값  보다 더 든다. 땅은 사기는 쉽지만 팔기는 어렵다. 더구나 나무가 심긴 땅은 나무값을 받지 못한다. 나무값을 빼려면 자체 소화 할 공급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땅도 입지가 최우선인데 땅에 나무를 심는 것은 장기간 묵혀 두는 것을 의미한다. 싼 땅은 싼 이유가 있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조사(미래의 변화까지)가 필수적인 이유다. 발로 뛰는 데이터를 많이 얻을수록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나무농사는 땅과 자본과 노동력 외에 많은 시간, 유통플랫폼, 유행등 변수가 많다. 성공적인 사업체와 실패한 사례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나 자신에 대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 전문지식, 기술, 자본, 가족의 지지, 시장상황, 경제의 주기에 따른 전략등 구체적으로 기록한다(사업계획서). 막연히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짐작만으로 시작하면 후회할 가능성 크다.


 내가 해보지 않으면 그 분야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하려고 한다면 최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좋겠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유리한 정보) 못 보거나 외면했던 일들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것은 피해 가지 않는다. 반드시 맞닥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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