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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배우며 가다

Part3-그저 주어진 길을 가다 서다

by 고율리

요즘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절절히 느끼며 살고 있다. 이쯤이면 됐지, 그만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책 한 권만 더 읽어도, 강의 하나만 더 들어도, 마음이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아, 아직 멀었구나. 그렇게 다시 나 자신을 붙들고, 바로 세운다.

KakaoTalk_20250513_094445540.jpg 고슴도치 룰루 / 고율리 그림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요즘 따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꾸 되뇐다. 아이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러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까지 참 많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았다.


누군가는 강의 속에서 더미북 만드는 법을 조목조목 알려주었고, 누군가는 은둔형 작가가 되려는 내게 소통형 작가로 나아가라 격려했고, 응원해 주었다. 유튜브 영상, 책 속의 문장, 댓글 하나가 나를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내게 어른이 되어주었다.


나는 혼자 배우는 줄 알았다. 스스로 길을 뚫고 나가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나를 밀어준 손들이 있었다. 좋아요 하나, 댓글 한 줄, 한 문장의 격려. 그것들이 모여,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던 나를 다시 걷게 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드디어 그림책 더미북을 완성했고, 용기를 내어 투고까지 마쳤다. 아직 아무 소식은 없다. 투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찮다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서서히 초조함이 피어오른다.


그런 나에게, 이 길을 걸어온 마을 어른은 무슨 말을 해줄까.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조금 쉬어도 괜찮다고? 아니면, 천천히 가도 된다고?


나는 자주 흔들린다. 쉽게 낙담하고, 종종 겁도 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여전히 느리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걷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누군가의 시작을 살며시 도와주는 사람. 조용히 빛이 되어주는 어른이 되어가길 바란다.


오늘도 나는 끊임없이 배우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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