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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한 번 보고 가다

Part3-그저 주어진 길을 가다 서다

by 고율리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는 날은 정신이 없다.
종종걸음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시간에 쫓기며 땅만 보며 걷는다.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가 끝나갈 무렵,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살다 보면, 입에서 저도 모르게 "휴—" 하는 소리가 새어 나올 때가 있다.
처리해야 할 일을 위해 발만 보고 달렸지만,
해결되지 못한 일들은 어깨에 그대로 얹힌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는 게 힘들다고 느낄 때, 밤하늘을 쳐다본다.

고슴도치 룰루 / 고율리 그림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하늘에,
한 점, 두 점, 별빛이 살아난다.
조금만 더 바라보면 숨겨졌던 별들이 하나둘 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 순간, 꼭 틀어 막혔던 숨구멍이 열리는 것 같다.
답답했던 마음 사이로 바람이 지난다.


그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었나.
별다른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이 거대한 우주 속에 조그맣게라도 내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가끔은 마음속으로 '도와주세요' 하고 조용히 빌었던 것도 같다.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보다 보면, 어느새 다시 걸을 힘이 생겼다.

고개를 떨구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하늘 한 번 보고, 다시 힘을 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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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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