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 그저 주어진 길을 가다 서다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보면 매번 같은 고백으로 시작한다.
“가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가지지 않은 것만 바라보며 속상해하고 좌절했습니다.”
말을 꺼낼 때마다 마음은 무겁다.
감사는 고마워서 절로 올라오는 감정이라고들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해야만 하는 마음’이 되어 있었다.
결핍은 늘 커다랗고, 감사는 자꾸 작아진다.
감사할 일이 분명 있었는데, 지나치고 나서야 알게 된다.
하나씩 떠올려 보면 스멀스멀 감사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계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집, 좋아하는 커피 한 잔, 책을 읽는 시간, 편안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건강, 그리고 버틸 수 있는 약간의 여유.
엄마가 아프기 전엔 몰랐다.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다녔던 시간들이 당연한 줄 알았다.
지금은 안다.
그 모든 순간이 감사로 기억되어야 했다는 걸.
가지지 못한 것에 시선을 두면 가진 것들의 빛을 가린다.
그래서 감사도 흐려지고, 마음은 점점 초조해진다.
그림책 작가는 아직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첫 구독자 1명이 생겼을 때 참 기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초조해졌다.
감사보다 욕심이 더 빨리 자라는 걸, 또 한 번 배운다.
하루라도 감사를 꺼내어 바라보지 않으면 불만과 초조가 마음을 잠식한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꺼내어 들여다본다.
감사한 것들을 하나둘 다시 세어 보고, 잘 접어 마음 안에 넣어 둔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또다시 마음의 상자를 열어 감사한 것들을 세어 가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