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본 오사카에서 파이어족이 되다.

(15) 일본 오사카에서 파이어족의 투자 03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웃긴 이야기이지만 2020년 초에 '엔화가 놀고 있다.' '엔화강세가 올까?' '어떤 미국주식을 살까?' '다시 주식이 하락하는 것은 아닐까?' 같은  고민 외에 더 큰 고민은 사실 코로나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어이가 없고 반성하고 있는 것이 화장실휴지를 1년 치정도 사재기를 했었습니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쌀 30kg과 스팸 340g 캔을 48개(2박스) 샀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사재기를 자주 하는 일본사람들에게 동화되어서였는지, 슈퍼에 갈 때마다 화장실휴지의 재고가 부족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코로나가 정말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코로나로 우리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년 내에 먹을 수 없는 양의 쌀은 보관의 문제였는지 쌀밥의 맛이 이상해서 다 버렸고 스팸은 유통기한 지났음에도 되도록 열심히 소비했습니다. 그나마 휴지는 썩는 제품이 아니어서 버리지 않고 오랜 기간 사용했네요. 그리고 이때의 교훈과 깨달음을 통해 2024년 일본의 쌀품귀현상에도 경거망동하지 않고 쌀을 사재기하는 일도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2020년에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했을 때에도 잘한 것이 하나 있다면 꾸준히 현물금을 샀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투자 중인 분들은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다르게 현물금이 종이금보다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생략을 하겠습니다.


이렇듯 저는 퇴사 후에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할 때 현물금에 대해서도 알아보았고, 2019년 중순부터 100g 골드바가 40~50만 엔(약 400~500만 원) 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을 때부터 기간을 나눠서 1kg 정도 사모았습니다


2024년 10월 현재 금이 꽤 올랐고, 일본에서는 골드바 100g 가격이 120~130만 엔(약 1200~1300만 원) 대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저는 골드바를 1kg을 다 들고 있을까요?

아마 다 들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현물금을 일정비중 보유하자 금의 가격변동에 상당히 민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는 엔화가 일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당초 목표로 했던 순금융자산의 5% 까지라고 정했던 금보유 비율을 깨버렸던 것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금의 가격이 오르면 '지금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항상 따라붙었고 금에 대한 뉴스와 정보를 계속 체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샀던 일본주식들과 다르게 나름 금이라는 자산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확신도 있었지만, 막상 투자를 해보니 멘털관리등 모든 부분이 생각과 달랐고 자신이 만든 원칙까지 깨버렸으니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면 현재 자신의 자산의 비율을 보고 판단하여 이러한 자산의 움직임에도 불안감을 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초보중에 초보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여기에  최악이었던 것은 제가 투자를 잘해서 금이 오른 게 아니라 시대와 운에 의한 상승이었음에도 저는 제가 투자에 재능이 있다고 착각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가로 매수한 현물금의 반단기차익을 위해  60~70만 엔(약 600~700만 원) 대에 팔아버립니다. 애초에 단기가 아니라 장기투자로 접근했음에도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팔아치운 후에도 금이 좀처럼 하락하지 않았는데, 저는 이전 편에서 말씀드린 초보 투자자의 실수를 범해 버립니다


그렇습니다. 금에 다시 투자를 해버립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종이금 즉, 미국의 금 ETF와 금광 ETF에 투자를 하면서 시작합니다.


매입 후에 등락을 반복하더니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에 의해 금가격하락하기 시작했고 이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배우고 싶던 제과제빵전문학교를 2021년부터 2년간 다니게 되면 집이 거의 비기 때문에 현물금은 아무래도 불안하지...'라 핑계 '어차피 현물금은 저가로 매수했으니까 지금 팔아도 이득을 보잖아...'라는 자기 합리화남아있던 골드바도 대부분 팔아치워 버렸습니다.


여기에 종이금은 손절도 못하고 계속 마이너스폭을 늘려가다가, '이때까지 현물금으로 벌었으니까 이 정도 마이너스는 손해도 아니다...'라는 이유마이너스였던 미국 금 ETF와 금광 ETF를 대부분 손절했습니다. 


사실 보관상의 이유와 손절의 명분은 더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서 만들어낸 핑계였을 뿐이고, 스스로 결정했던 자산의 비율과 룰을 자기 손으로 깨버렸기 때문에 손절을 할 이유가 없었던 미국 금 ETF의 경우도 그저 마이너스라는 이유로 팔아버리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제대로 전형적인 초보 투자자의 실수를 범했지만, 초심자의 행운 덕분이었을까요? 집중투자가 아닌 분산투자를 지향했던 덕분이었을까요? 기회손실은 보았지만, 어찌 되었던 그나마 금전적으로는 이득을 보면서 투자에 대한 여러 가지 교훈을 현물금과 종이금 두 가지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 14화 일본 오사카에서 파이어족이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