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풍경
5일마다 웅크렸던 이파리를 피어내는 변두리 시장,
적당히 소란스럽다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정육점 사장님의 무뚝뚝한 칼질에 맞춰
삼겹살이 키로에 얼마, 목살은 지금 세일 중
스피커의 목소리는 리듬을 탄다
그 사이로 아랑곳없이
두툼한 돼지 한마리 산책 중
네가 왜 여깄어..응?
안 무섭니..응?
저 도마 위의 살점들이 안 무섭냐고
천만에.
여기는 내 놀이터야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내던 돼지는
가게 앞으로 나와 철퍼덕 누워버린다
나도 덩달아 쭈그리고 앉아 표정을 살핀다
자세히 보니 벌써 눈이 감겼어
꼬리를 움찔움찔, 돼지는 꿈에 빠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