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웃음
어느새 아들의 고3 수험생활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녀석은 학교 수업을 마치는 대로
동네의 스터디카페로 향하고
7시 언저리쯤 집에 들러 밥을 먹은 뒤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가
밤 10시나 11시 사이에
귀가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주말에는 보통 6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역시 스터디카페로 가서
종일 공부하다가 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얼굴을 마주 볼 시간이
예전만큼 넉넉하지 않다.
크게 내색하는 법은 없지만
많이 지치고 힘들고 피곤할 것이다.
그래서
세 식구가 저녁 식사를 위해
모두 모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졌다.
그럴 때면 우리는 종종
식탁 대신 네모난 상을 거실에 차리고
TV로 유튜브를 연다.
아이는 얼마 전부터 <무한도전>에 푹 빠져있다.
십수 년 전에 나도 즐겨봤던 그,
<무한도전>이다.
사실은 TV를 켜는 대신에
자잘하고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던 간에
아이와 같이 수다 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그동안이라도
가볍게 휴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군말 없이 리모컨을 건넨다.
아이는 밥을 먹으며
예전에 올라온 클립영상을 주로 보는데
깔깔깔깔 웃음을 터트리기 일쑤다.
밥이 들어가는 곳도 입이고
웃음소리가 나오는 곳도 입이다.
요즘처럼 빡빡한 일과 중에
그래도 별생각 없이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리라.
이때다 싶은 나는 티 나지 않게
아이의 소란스러운 웃음을 슬쩍슬쩍 본다.
웃는 얼굴은 이쁘고 사랑스럽다.
동그랗게 말리듯 휘어지는 눈썹
반으로 쪼갠 사과 같은 입 모양,
시절이 시절인만큼
요럴 때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표정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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