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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속삭임 Sep 04. 2024

1화 :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시작

처음으로 시작된 허리통증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내가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라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허리가 아파서 의자에 앉지 못해 밥을 잘 먹지 못하고,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소화가 안 돼서 변비에 시달리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먹고, 자고, 싸는 인간의 생리적 욕구가 충족이 되지 못하는 시간들이 계속되고 통증으로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자 나의 자존감은 나날이 모래알처럼 부서졌다. 마치 누군가가 나에게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시험해 보는 듯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죽지 않기 위해 매일 걸어야 했던 나는 '걸어야 사는 여자'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속담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눈 위에 서리가 덮인다는 뜻으로 난처한 일이나 불행이 잇따라 일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한 번의 불행이 온 뒤에는 한 번의 행운이 찾아오는 식으로 상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지 않은 일들은 연이어 터져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지. 나에게 지난 2년여의 시간은 말 그대로 설상가상 그 자체였다.

 


 시작부터 어이가 없었다. 남편은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둘째를 임신해 있을 때 남편이 갑자기 자전거에서 굴러 떨어져 팔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날따라 날이 더워 자전거 손잡이에 무심코 걸어두었던 점퍼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바퀴끼였고, 남편은 하늘을 날아 땅바닥으로 그대로 내리 꽂혔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은 팔 수술을 하게 되었고 왼쪽 팔에 철심을 박게 되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남편은 그 이후로도 한참 왼쪽 팔이 불편해서 고생을 했다.



  시간이 흘러 둘째를 낳고 아이가 5개월쯤 되는 어느 날이었다. 남편이 말했다.


 "여보, 나 팔에 철심박은 부분이 움직일 때마다 아프네. 1년쯤 지나면 빼도 된다고 했는데 이제 철심을 빼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아, 정말요? 많이 불편해요? 철심 빼는 것도 수술해야 되는 거죠?"


 "응 아마도. 근데 다쳐서 수술받았을 때보다는 훨씬 회복도 빠르고 괜찮을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그렇구나. 그래도 걱정되긴 하는데... 둘째가 어려서 당신 도움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마침 여름이라 남자 애들 둘을 매일 목욕시키는 게 좀 힘들 것 같긴 하네요. 철심 빼는 거 겨울에 하면 안 될까?"


 "그러면 좋겠긴 한데 움직일 때마다 거슬리고 불편해서... 이번 여름휴가때 하면 좋겠어요."


 "네... 불편하면 어쩔 수 없죠. 알겠어요."


알겠다고 말하고 돌아서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은 평소에 집안일을 많이 분담해 주었다. 남편이 수술하러 가서 없는 동안 혼자서 4살, 5개월 남자아이 둘을 케어하고 내가 집안일을 온전히 도맡아 해야 할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때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나에게 힘든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몇 주 뒤, 남편은 철심을 빼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무리일 것 같아 1시간 거리에 사는 친정엄마를 호출했다. 친정엄마는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하는 것을 정성껏 도와주셨다. 그렇지만 내가 사는 집의 살림이라 내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고, 아이들에 관한 것들을 내가 다 알고 있다 보니 직접 나서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특히 5개월 된 둘째는 입이 짧아 3시간에 한 번씩 분유를 먹여야 했고, 밤에도 몇 번씩이나 깨서 한참 안고 걸어줘야만 다시 잠들곤 했다. 3일의 시간이 지난 뒤, 남편은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친정엄마는 직장을 다니셔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셨다. 남편이 온전히 회복할 때까지 난 여전히 고군분투해야 했다. '닥치면 다 할 수 있다, 나는 엄마이다' 강하게 마음먹으며 남편의 팔이  아물기를 바랐다.



 남편이 수술한 지 딱 일주일 되던 날이었다. 욕실에서 쭈그려 앉아 첫째 아이를 목욕시키고 난 뒤, 둘째 아이를 목욕시키기 위해 아기 욕조 2개에 물을 받았다. 아기를 옆구리에 끼고 조심스레 머리를 감겼다.  왼쪽 욕조에서 비누칠을 하며 몸을 씻긴 뒤, 아이를 오른쪽 욕조로 옮겨 거품을 잘 헹구어 냈다. 영차하고 아이를 안고 일어나 욕실 밖으로 데리고 나온 후, 수건으로 닦이고 새 옷을 입혔다. 그리고는 아이를 목욕시킨 욕조의 물을 버리려고 허리를 구부리는데 찌릿-. 아주 기분 나쁜 통증이었다. 이거 뭔가 단단히 잘 못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걸어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갑자기 밀려오는 통증에 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앉은 채로 아이처럼 엉엉 울며 말했다.


"여보, 내 몸이 이상해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 움직일 수가 없어요."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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