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입원 초반
내가 있었던 병동은 보호(폐쇄) 병동과 일반(개방) 병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둘은 이어져 있고, 그저 문 하나로 나뉘어 있다. 문 안쪽은 보호, 바깥쪽은 일반. 보호병동 안에는 6인실, 2인실, 진정실, 그리고 프로그램실과 탁구대까지 있다. 2인실과 진정실은 병실 내부에도 CCTV가 있고, 특히 진정실은 1인실로, 의료진의 특별한 감시가 필요한 경우에 사용된다. 상태가 심각한 경우, 예를 들면 마구 자해를 해댄다던가,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친다던가, 그런 위중한 상태의 환자는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진정실에 계속 있기도 한다.
나는 내 발로 들어온,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하는 신환이었다. 나는 내가 위험한 상태에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외부의 도움이나 보호 없이는 곧 자살을 할 것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게 너무 소름이 끼치고 무서워서 스스로 병원을 찾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내 마음속에서는 자살하고 싶은 마음과 자살할까 봐 무서운 마음이 충돌하고 있었다. 입원을 하게 되며 처음으로 자살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나니 그제야 내가 하려 했던 자살 시도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마치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는 과거의 일을 그리워하듯이. 그렇게 돌아본 나의 모든 자살시도들은 모두 내가 죽고 없어진 후 남겨질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 자살하지 못한 것으로 끝났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알았다. 내 삶의 이유에 나 자신은 없었다는 것을. 자살하지 못한 이유조차 내 자신에 대한 소중함은 단 일원어치도 없었다는 것을.
나는 6인실인 1호실로 배정되어 갔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 왼쪽에는 수연언니가, 오른쪽 대각선에는 경미 어머님이 계셨다. 이 둘은 내 병동 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 3호실에는 내 또래지만 조금 어린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나에게 경고(?)를 하기도 했다. 나쁜 것은 아니고, 2호실에 있는 나보다 5살 어린 조현병 남자애가 있는데, 일정 시기마다 꽂히는 여자가 있다고 했다. 근데 그게 내가 됐다고 조심하라는 경고였다. 당황스러웠지만 너무 귀엽고 고마운 아이들이었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병동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낯선 환경에 대한 경계와 별의별 규정까지 다 있는 보호병동에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모든 끈이란 끈은 다 압수당하거나 잘렸고, 조금이라도 뾰족한 물건들도 모두 압수당했다. 화장솜과 생리대를 담아 온 비닐팩도 압수당해서 종이봉투에 담겨왔다. 마스크의 콧대 밀착을 위해 들어가 있는 철사도 일일이 빼서 주셨다. 드라이기 사용조차 의료진 눈앞에서 해야 하고, 면봉도 의료진에게 맡겨두었다가 정확히 개수를 세서 받은 후 다 사용한 면봉을 의료진에게 주어 확인받은 후 버려야 했다. 볼펜도 반입이 금지되어 있고, 아침 8시 30분마다 끝이 굉장히 뭉툭한 모나미 볼펜을 의료진에게 빌려서 사용한 후 저녁 8시 30분 전까지 반납해야 했다. 샤워실은 천장에서 물이 나오게 되어 있었고, 2인 이상이 함께 들어가서 정해진 시간에만 샤워를 해야 하며, 샤워 전후로 의료진에게 보고도 해야 했다. 심지어 약도 의료진이 먹여주고 정말로 먹었는지 입안을 확인한다. 나 자신을 해칠 방법은 모조리 압수해서 자살하려야 자살할 수 없는 환경,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