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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이 Jul 11. 2024

정신건강의학과 입원기

#7 입원기-3, 감금과 강박

  닥치는 대로 적었던 것들에 가장 많이 있던 문장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였다. 병원 밥이 잘 나와서 내가 맛있는 밥을 먹어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인지,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이렇게 우울함을 겪는 것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게 다 무슨 소용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어차피 자살하고 싶으니까, 내게 벌어지는 모든 일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냥 나는 화가 났다. 도대체 나는 뭐가 문제여서 우울하고 불안한 걸까. 이 우울을 해결해서 내 자신이 자살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입원을 했는데, 공황장애만 얻어버리고 뭣 하나 달라진 것 없이 자살만 못하게 된 이 상황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차라리 날 자살하게 내버려 둘걸'하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애써 그 생각을 무시하길 반복했다.


  그러다 한 번, 공황발작이 엄청나게 세게 왔다. 평소 공황이 오면 먹던 약을 먹어도 진정이 되지 않았고,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나는 간호사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어떻게든 해 달라며 애원했다. 그러나 그 간호사 선생님의 반응은 냉랭했다. 선생님은 굉장히 귀찮다는 말투로 "란이님 숨 못 쉬는 것 아니에요. 숨 못 쉬었으면 30분째 이러고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숨 쉴 수 있어요. 숨 쉬어 보세요."라고 말씀하시며 휙 나가버리셨다. 선생님의 말은 나에게 꾀병 부리지 말란 말로 들렸다. 그 말은 다시 머릿속에서 내가 이렇게 죽을 만큼 힘들어도 이 병원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시 '이 병원까지도 날 도와주지 않는다면,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없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로 바뀌며 갑자기 엄청난 무기력감과 절망감이 몰려왔다.


  너무 비참했다. 개인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될 때까지 참 많이도 힘들었는데, 마지막의 마지막 선택으로 용기를 내서 대학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택했는데, 여기선 이 지긋지긋한 우울감과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고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서조차 나는 도움받지 못하고 혼자여야 한다니. 극심한 외로움과 슬픔이 몰려오며 나는 더 이상 살 이유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정말로 죽고자 머리를 서랍 모서리에 박기 시작했다. 머리가 터져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손으로 내 목을 졸랐다. 온 힘을 다해.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자살시도는 규칙 위반이다. 따라서 나는 같은 방 사람들의 신고로 인해 보호사 선생님들에게 끌려갔고, CCTV로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당할 수 있는 진정실에서 1시간 감금을 당했다. 그러나 난 멈출 수 없었다. 진정실에서도 침대 팔걸이에 머리를 계속 박았고 손으로는 목을 졸랐다. 얼마 안 가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고, 진정실에서도 규칙 위반을 또 했기 때문에 나를 강박하겠다고 했다. 그리곤 바로 당직 선생님이 오셔서 나를 강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나는 사지를 흰 천으로 침대에 묶어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완벽한 강박을 당했다. 내 몸으로 하는 자살시도까지 완벽하게 차단당한, 지옥 같은 1시간이었다. 나는 그저 계속 눈물만 흘렸다.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



(**간호사 선생님께는 나중에 사과를 받았다. 매우 바쁜 상황에 갑자기 불려 오셨다고 하고, 공황증상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낫는, 입원병동에서는 가벼운 측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설명해 주셨다. 나는 충분히 납득했다. 그러니 분노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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