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입덕 이야기
때는 바야흐로...
2016년 9월 30일
8월 29일에 우주를 줄게 가 나오고 한 달이 지난날.
유튜브를 보고 있었는데 알고리즘이라는 대단한 녀석이 나를 우주를 줄게로 이끌었다.
솔직히 우주를 줄 게를 보고는 큰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정확히 말하면 나는 싸운 날을 보고 입덕했으니까.
우주를 줄게 뮤비가 끝나자마자 싸운 날이 알고리즘으로 떴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싸운 날 뮤비를 보는데,
https://youtu.be/1ri7I32Auhg?si=P_pZSv-HNXU5pXN1
와
이 사람이다
이런 느낌이 든 건 볼사가 처음이었다.
정확히 내가 좋아하는 음색,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뮤비 색감이었다.
그때 내 나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하나의 노래를 꾸준히 계속 들었던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솔직히 어린 나에게 덕질이라는 말은 생소했고 팬인지 뭔지 깨닫기에는 그런 게 뭔지 잘 몰랐다.
그때는 내가 볼사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지 전혀 몰랐다. 그냥 노래만 듣고 끝나겠지 싶었는데...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볼사가 컴백했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나는 부랴부랴 신곡을 들었다.
이때가 중1이었는데 “나의 사춘기에게”를 듣고 노래를 진짜 잘 만드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 때 이 노래 듣고 많이 울기도 했고 중학생 때 생각해 보면 그렇게 힘든 일은 없었는데도 이 노래만큼은 공감이 갔다.
일단 가사를 한번 보면 정말 잘 썼다.
진짜 딱 볼빨간사춘기 정체성 같은 곡이랄까. 너무 솔직하게 썼다. 그래서 좋았다. 진심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할 때 행복해 보인다
이게 딱 드러난다. 모든 무대에서 그렇다.
노래할 때 제일 많이 웃고 제일 행복해 보였으니까.
어두운 무대 속 한줄기 빛이었다.
그 뒤로는 여느 다른 팬덤 문화와 다를게 없이 나의 덕질 인생이 시작되었다.
네이버 카페 들어가고 멜론 스밍하고 사진 저장하고 앨범 사고 쇼파르카페도 가고 굿즈사고... 신곡 나오면 신나서 소리 지르고... 하루종일 뮤비 돌려보고, 또 보고... 신곡 홍보하고 다니고...
모든 시간은 그녀를 위해 쓰였다.
나의 노래 취향은 “볼빨간사춘기” 하나뿐이었고,
잘 때, 운동할 때, 공부할 때 듣는 노래는 볼사 노래였고, 나의 밥 친구는 볼사가 만든 영상이나 콘텐츠가 전부였다. 입덕을 빨리한 만큼 초기에는 콘텐츠가 별로 없었어서 라이브, 무대 영상, 특히 대학 축제 영상 같은 것도 정말 많이 돌려봤었다.
하지만 위기가 한 번씩 오긴 했다.
중3 때, 고등학생 때 학업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컴백 때 힘을 실어주지 못한 거.
그리고 우지윤 언니가 팀을 탈퇴한 거.
그 후에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잠적했던 시간들...
이제 와서 이야기하지만 내가 그때 휴덕하고 학업에 열중하고 있어서 마음을 크게 쓰지 못하기도 했지만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아니었다.
아마 데뷔 때부터 좋아하던 찐 팬이라면 더 예상했을 것 같다.
물론 예상과 실제로 일어난 일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게 힘든 건 사실이었지만...
위태로워 보이던 순간이 내 눈에는 보였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까.
많이 슬펐지만 그 아픔에 모두가 잠기지 않기를 바랐다.
1년 뒤,
다시 나타난 졍쓰는 일어나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놓였다. 완전히 잠식되지는 않았구나. 그래도 우리 곁에, 여기에 있구나.
이렇게 다가와 준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다.
어떤 억까와 어떤 악플이 달리더라도 졍쓰(안지영 가장 좋아하는 별명)를 지켜주고 싶었다.
이렇게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아마 모든 러볼리들이 나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졍쓰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는 사랑할 자신이 있었다. 내가 아팠던 순간에 손을 내밀어 준 졍쓰였던 것처럼 나도 졍쓰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사랑이라 부를 수 있겠다, 너를
온 힘을 다해 볼사를 좋아하던 시절.
볼사의 노래가 나에게 전부이던 시절.
그때의 내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것
“설렘, 행복, 감동“이라는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