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의 얼굴
수능이 끝난 후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재수해라”
였다.
나도 인정한다.
나는 수능을 대차게 망했고, 지금까지 수없이 봤던 모의고사 중에서도 가장 망한 시험이 수능이 되었다.
엄마는 내가 대학을 온 후로도 거의 반년 넘게 재수하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엄마는 어렸을 때 정말 공부를 잘했다.
초, 중학교 때는 항상 만점이었고, 고등학교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공부 잘한다는 학교에서 공부하셨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고, 그래서 엄마의 공부 실력으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전문대를 가셨다.
엄마의 전문대 꼬리표는 엄마를 평생 따라다니셨다고 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재수를 하는 모습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을 뿐이다. 고3 때 너무 치열하게 최선을 다했음에도 나도 지방대밖에 가지 못하는 성적을 가진 것이 좌절스러웠지만, 재수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내가 고3을 다시 하라고?
다시 새벽 6시에 일어나라고?
열람실에서 하루종일 있으라고?
아니, 아니.........
나는 도저히 할 자신이 없어.
그리고 최근에 엄마가 재수하라는 것에 대한 이유를 화를 내며 말씀해 주셨다.
엄마의 의도는 내가 가는 대학은 나만의 노력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노력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므로
네가 무슨 대학을 간다는 것은 그동안의 엄마의 노력을 증명을 해주는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느 웹툰이나 드라마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
내가 엄마의 자랑이야?
왜 내가 엄마의 간판이 되어주어야 해?
클리셰적인 말이었다.
자식이 부모의 얼굴이 된다는 말.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난 우리 엄마가 똑똑하고 남들과는 다른 성격을 가졌으니 나를 무조건 응원해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엄마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였어.
엄마의 의도가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공부 못하는 자식은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후에 엄마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정말 그럴까.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엄마는 물론 나의 모든 공부 시간을 봐왔으니,
내가 지방대 갈 정도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이야기하신 다는 것은 알겠다. 최소 인서울은 할 줄 알았겠지. 나도 그렇고.
머리로는 나도 내가 지방대를 간다는 사실이 슬프고 안타깝고 그렇지만, 상처를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큰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 엄마도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구나.
나를 통해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었구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컥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