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택시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물줄기 위에 몸을 실어 앞으로 나아가며, 무엇을 남기고 어떤 흔적을 새길지 고민하게 된다. 다가오는 여러 갈림길에서, 나의 길을 어떻게 선택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때다.
젊은 시절, 내게 중요한 것은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빠르게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멈추지 않고 달렸다. 성공이 유일한 목표였고 이 길을 쉼 없이 내달렸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무너져가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쳤다. 진정으로 나를 이루는 것들을 돌아볼 기회도 없이, 성취만을 좇았다. 정작 본질적인 것들은 뒤로 한 채 지나쳐버린 것이다.
그 시절의 모습은 바둑판 위에서 하얀 돌에 둘러싸여 사방이 막힌 채 사활을 다투던 검은 돌과 같았다. 끊임없는 경쟁에서 앞으로만 나아갔지만, 방향조차 알지 못했다. 외부의 성공에만 매몰된 결과, 결국 나를 잃고 방황하는 이가 되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었다. 여유는 사치로 느껴졌고, 진지한 성찰의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달려온 끝에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목표를 이루었지만, 예상치 못한 허무함이 가슴을 채웠다. 성취 자체가 아닌 내가 원했던 것은 다른 무엇이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성공보다 더 소중했던 것은 나를 돌아볼 기회와 진정한 가치를 찾는 여유였다.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을 향한 여정과 그 안에서 만나는 깊은 성찰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인생은 단지 시간이 흘러가는 과정이 아니라, 어떤 방향을 선택하고 무엇을 발견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 '오늘'이라는 시간이 소중한지 이제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지금, 이 찰나가 유일한 현실이다.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야만,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볼 때 미소 지을 수 있으며 내일도 준비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교훈은 매 순간들이 모여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다. 평범하게 보이는 하루가 모여 결국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조각이 된다. 일상의 반복에서도 내면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을 만들고 그 내일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이러한 진리를 알지 못했다. 매 순간들이 단지 성취를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졌고 잠시 멈추고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이제야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게 되었다. 지나가는 세월 동안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내 과제가 되었다. 이 깨달음을 일깨워준 이는 스티브 잡스였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관리하며 자신을 돌아봤다. 그가 말한 "고전 독서 프로그램"은 애플의 원동력이 되었고 독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냈다. 잡스의 하루와 내 하루는 같을지 모르나, 그는 시간을 다르게 사용했고 나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오늘도 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 법을 배워 나간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 수는 있다. 그것은 내 선택에 달려 있다. 책 속의 지혜는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다. 강물이 지나간 뒤에도 바닥에 남아 있는 돌처럼, 세월이 남긴 경험과 흔적은 나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 된다.
사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세대 간 흐름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발자취를 남긴다.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는 생존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왔던 타임푸어*였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자신의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반면,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일과 개인적인 삶을 균형 있게 관리하며 시간을 주도적으로 활용한다. 그들은 타임리치*, 즉 시간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이 때로는 부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그들의 방식을 참고해 나만의 속도와 방식을 만들어가면 된다. 더 이상 서두르지 않고 내 리듬에 맞춰 여유롭게 걸어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타임리치의 방식을 통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자리를 찾아 평온을 누리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여정을 그려본다. 타임리치의 삶이 완성될 때,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아내와 함께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꾸고 있다. 크루즈를 타고 끝없는 대양을 항해하며,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하루하루를 충실히 배우고, 적용하고, 실천하며 내면의 성장을 준비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깊이 느끼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흘러가는 물결에 떠밀려 가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방향을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에만 얽매이지 않고 내 흔적을 남기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외부의 평가에 좌우되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길을 만드는 데 있다. 지금의 선택과 행동이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주도적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다. 무엇을 시작하더라도 가장 이른 시점은 바로 오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타임푸어 : 일에 쫓겨 자신을 위한 자유 시간이 없는 사람.
2014년 국립국어원 신어에 실림.
*타임리치 : 용어는 찾기 힘드나, 간혹 사례가 나옴. 타임푸어의 정반대 개념 설정함. 시간에 쫓겨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주도적 활용하는 사람 으로 정의해 봄.
*디지털 노마드 : 기존의 일과 생활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활용하 여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일하는 사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