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기상!!!!!
오늘도 김여사님을 위해 딸내미가 준비한 ’사원 + 왕궁 투어‘^^ (이제 한국 가면 사원의 ‘사’도 안 꺼내시겠지:)) 하루쯤은 5성급으로 가주는 게 자식의 도리 아니겠는가... 네이버님의 도움으로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호텔을 예약했고 오늘은 그곳으로 옮겨가는 날이다.
그랩으로 이동한 뒤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트리, 그리고 그를 기점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반팔입은 직원들이 갑자기 이질스럽게도 느껴지는 게 호텔의 첫인상이었다.
정말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구나!
주니어스위트룸으로 예약하여 방에 들어서자마자 초보들처럼 “와”감탄사를 연발하며, 서랍장에 고이 들어있는 드라이기도 못 찾고 결국 물어본 우리.
초보인척 하지 않기로 했는데,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렇게 입 벌리고 서있을 시간이 없다! 오전부터 시작되는 투어를 가야 한다!!
오늘의 투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반일 오전투어였고, 모두 한국인이어서 반가웠다.(승아야 너 한국사이트에서 예약했잖아^^당연한 것을...)
우리의 가이드님은 한국어를 정말 로봇처럼 유창하게 하셨는데, 태국은 92년 전부터 국왕통치제에서 민주주의로 변화했으며, 왕이 변하면 화폐의 얼굴도 1~1000밧까지 바뀐다고 한다. 민주주의가 유지되면서 왕도 공존하고, 그들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신기하면서도 그들의 그 귀한 믿음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자, 어디 그 유명한 에메랄드 사원을 품은 왕궁으로 들어가 보자.
입장권을 끊고 오른쪽으로 한 발짝 돌자마자! 24k로 금박 되었고, 다양한 색상의 유리로 둘러진 사원들과 왕궁에 입이 떡 벌어졌다.
”싸와디카“ 손이 절로 모아졌다.
왜 94%의 인구가 불교신자들인지 알게 하는 규모였고, 눈을 뜰 수 없이 반짝이고 영험한 기운까지 풍기는 사원들을 뜰에 가득 품은 왕궁에 나 또한 경건해졌다.
‘가루다’를 아는가?
몸은 인간의 것을 하고, 독수리의 부리와 머리 그리고 날개를 하고 있는, 태양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성스러운 태국의 대표 ‘신’이다.
가루다는 우리의 ‘국장’처럼 태국 왕궁의 왕실 벽과 위, 그리고 왕궁을 둘러싼 설화까지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성은 남자로, 성격은 괴팍하여 마음에 드는 여자는 납치하여 결혼했다고 가이드님이 말씀해 주셨고, 신이 나 사람이나 한 끝 차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갈 곳은 내가 첫날부터 노래를 부르고, 그 주위를 뱅글 맴돌던 사원! 이름이 기억나는가?
새벽사원이라고도 불렀던 ‘왓아룬’에 야경이 아닌 낮에 드디어 구경을 간다.
밤에 본 왓아룬 사원이 너무 예뻤기에, 낮에 볼 모습은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 되려 실망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오늘 대체 몇 번 입을 벌리는지 모르겠다.
‘와....‘ 지은 지 600년이 된, 왕이 새벽에 보고 이곳으로 정해서 지었다는 왓아룬은 높이 82미터의 웅장함으로 인간을 한낮 하찮은 미물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냥 돌만 쌓은 것이 아닌 사이사이 돌을 받치고 있는 도깨비(?)들, 그리고 단 한 조각도 허투루 쓰거나 같은 색이 없는 조합.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내 가족과 모든 주위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외국인이라 내 말을 들어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투어를 마친 후, 또 기가 막힌 마사지 샵을 찾아 마사지도 받고, 마트에 들러 한국에서 기다릴 내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도 사고오늘 하루도 마무리!
혼자 떨어져 살다 보니, 오랜만에 가족들과 길게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고, 결론 : 역시 가족은 가족이다.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고 편한 이 사이, 온도, 습기.
내가 주위만 둘러봐도 불편한걸 먼저 알아채고 챙겨주는 오빠, 무얼 하든 날 먼저 생각해 주는 우리 엄마.
가족과의 여행... 솔직히 적지 않게 투닥투닥한다:) 편한 사이일수록 나와 동일시한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세상살이에 치어 힘들어도 꼭 짬을 내어 진짜 내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건 어떨까? 그 투닥거림조차 사랑이니까.
p.s 온전히 혼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니, 세세한 부분은 한계가 있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회화도 다시 해야겠다는 ‘작심삼일’ 결심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