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 두려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여주인 ‘션자이’는 “네가 좋아하는 건 상상 속의 내 모습일지도 몰라. 그래도 내가 좋아? “라는 대사를 뱉는다.
그런 여자의 망설이는 말에, 남자는 더 이상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못하게 할까 봐 두려워한다.
첫사랑이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 너무 소중해서 깨질까 두려워했던 마음이 아닐까?
자, 이렇게 깊은 감명을 받은 승아는 영화 속 데이트 장소인 기찻길 명소, ‘징퉁역’으로 떠난다!
먼 길을 떠나기 위해선 자고로 배가 든든해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을걸...?
대만은 아침문화가 발달한 편!
‘용허또우장’이란 유명한 식당에서 30분 정도 줄을 선 후, 또우장(맑은 두유?)과 총좌빙(밀가루반죽에 재료를 넣고 말은 것)을 먹고 지하철과 기차(핑시선) 2시간여 여행 출바르!!! 하기 전에, 맛이 궁금하시겠죠?
총평 : 나쁘지 않다. 아침인데 간이 세고 느끼한 것보단 가볍게 슴슴하게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단, 아침 한정임. 퇴근 후엔 간이 센 걸 먹어야 합니다, 그렇죠?:))
‘루이팡‘이란 역에서 내려 ‘핑시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50분이나 시간이 뜨네? 그리고 비가 온다. 내 우산은 빨간색, 사진 찍기 딱이다. 동네를 돌아보자!
정말 조용하며 둘러보기 좋은 동네였고, 길 가다 버려진 담벼락...? 에 마치 의도한 듯 덩굴이 휘감고 풀들이 자란, 빨간 벽돌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 곳을 발견했다.
바로 공개하자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길거리 담벼락이라, 주민분들께서 삼각대까지 세워놓고 사진 찍는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셨다:) 하지만 이곳, 너무 낭만적이잖아요!!
대만은 어찌 이리 비 오는 것도, 골목 하나하나도 몽글몽글하게 느껴질까? 동네 한 바퀴 딱 돌고 기차를 타고 드디어 종착역인 ‘징퉁역’ 도착!
음~ 주인공들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것만 같다.
기차가 종착역에서 1시간 정도 정차 후 다시 출발하며, 사진 속 배경이 되어줘서 댕이득!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되려 바닥의 잔디가 더 푸르러 보이는 이 또한 럭키‘비’ 키!!
오른쪽엔 ‘탄창카페’라는 기찻길옆, 기둥을 길게 쌓아 그 위에 자리 잡은 카페가 있었고, 그 기둥 또한 사진을 찍으니 예쁘게 나와 스팟으로 사용했다.
저 기둥에 유의해 주길 바란다, 내겐 엄청난 곳이었으니..... .
여하튼, 영화에서 본 주인공을 따라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함께 손잡고 뛰기도 하니 뭐랄까... 꽃밭의 미..ㅊ.....가 아니라:) 아무도 찍어주지 않지만 우리만의 영화를 찍고 있는 기분이랄까?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머리도 귀신처럼 날리고, 하얀 원피스도 베이지색이 되어갔으며, 심지어 약간 으스스 추워요... 하지만! 우리의 이번 콘셉트는 뭐다?
사진이다.
기차와 철길 사이를 가로지르며, 비따윈 상관없다는 듯 망둥어처럼 뛰어다니며 사진 찍고 놀다 기차 안의 손님들과 눈이 뙇!!!! 헤헷... 뻘쭘하긴 했지만, 손도 흔들어 주시고 웃어주시는 분들을 보며 이런들 저런들 어떠랴, 다들 즐거우면 그만인 것을:)
원래는 소원을 빌며 풍등도 날릴 수 있지만, 바람이슈로 산으로 떠나버리는 다른 풍등들을 보며 이건 과감하게 패스!
이제 동네 구경 좀 해볼까?
너무 귀여운 아가 고양이 두 마리가 마치 인형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스탠딩 총좌빙 가게와, 훈연 소시지 가게만 눈에 들어왔다. (돼지눈엔 먹을 것만 보인다)
음... 뭘 고를까나? 날이 추우니, 따끈한 소시지다!
“푸우위엔, 칭 게이워 쩌거 이거”(종업원님, 이거 1개 주세요) 또박또박 성조 따윈 무시하며 말하는 게 귀여우셨는지 한국인이냐고 물어보시곤,“헌 커아이, 피아오량”(매우 귀엽고 예쁘다)라 말해주시는 주인분... 하지만 그런 수작에 넘어가 한 개 더 사 먹지 않아요!!!
예쁘다 해주신 덕분인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소시지를 나눠먹으며 징퉁역을 뒤로한 채 오늘 마지막 정착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바로 그곳, 맞다, ‘지우펀’에 가기 위해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다시 루이팡역으로 돌아가 15분 정도 구부진 산을 넘어 넘어 들어가면 빼꼼히 ‘지우펀’, 드디어 도착이다.
와우..... 자, 뭐랄까.... ‘지우펀은 지옥펀’이다 란 말을 들었는데, 왜인지 알겠다.
한국, 일본, 중국인들이 발 디딜 틈 부족하게 껴서 줄지어 골목 사이사이를 돌아다닌다. 물론 오징어나 새송 구이, 완자등 맛있는 스트릿 푸드들도 즐비하지만 중간중간 껴있던 취두부집.... 네..... 저는 못 먹습니다.... 못 먹는 게 냄새도 못 맡습니다.....사실 힘들었습니다.....
생각했던 ‘해열루경관차방’이란 찻집 앞에서의 사진은 인파의 소용돌이에 인증샷 정도만 되었고, 사람들이 다 빠진 밤과 다음날 아침의 지우펀이 궁금했던 우린 이 정도면 되었다 생각하며 숙소에 들어갔다.
오잇?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던 15만 원쯤 했던 sea view 숙소... 무슨 일이세요...?
너무 힙하고 바다 보이고, 좋잖아요ㅜㅜ 궁금하신 분은 물어봐주세요, 아끼지 않고 알려드릴게요!
비도 오겠다, 과일 안주도 샀겠다, ‘금문고량주’도 사 왔겠다. 자, 거나하게 한 번 취해보자!
30여 년의 인생, 정말 치열하게도 인생의 3분의 1을 살았더라. 혹자는 짧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선택의 연속이었으며, 인생의 큰 결정들을 했던 시간이었다.
그중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집이 무너졌을 때, 그때부터 참고서 살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그런데 무엇보다 전교에서 나 혼자 수학여행을 못 간 일, 그게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한이 되었나 보더라.
고등학교 3년간 단 한 번도 못 갔으니 말이다.
‘어린승아야, 잘 버텼고 고생했어. ’나스스로에게 다독인다.
술이 들어갔겠다, 어어 눈이 빨개진다.
“너, 우냐?” 네, 저 웁니다.
내가 우니 친구도 우는, 결국 씨뷰에서의 눈물바다.
근데 언제 왜 술이 떨어졌지??? 편의점은 도보 20분 거리에 있고, 비는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많이 오지만 우리에겐 뭐가 있다? 깡이 있다!
그 와중에 흰 원피스를 더럽히지 않겠다며 친구옷을 뺏어 입고 친구는 잠옷만 입히고 나선 새벽길에 의도치 않게 마주한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진짜 지우펀의 모습.
오늘 밤까지 치열했던 모습들이 아직 남아있는 듯, 그 잔상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문이 닫힌 가게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비 온다, 뛰자!”
초등학생 이후로 옷걱정 없이 비를 맞으며 그리 즐겁게 뛰논 적이 없던 것 같다.
고량주를 겟해서 돌아오는 길, 오른편으로 중간중간 펼쳐지는 산정상 야경은 절경이었고, 지금 즐거운 이 순간이 아련하게 느껴질 것만 같은 두려운? 이중적인 마음도 들어 괜스레 서글퍼지기도 했다.
숙소 감성에 취했나, 울다가 웃다가 하던 우린 ‘대’ 사이즈 금문고량주를 한 병 비우고, 또 ‘중’ 사이즈를 사 와 깔끔하게 비우고, 다음날 깔끔하게 술병을 얻었다:)
술병 엔딩으로 이번 편은 마무으리!
를 하자니, 위에 말씀드렸던 기찻길옆 기둥 기억나시나요?
바로, 카더가든의 ‘나무’ 뮤비 장면이었던 것!!!!!
사진을 본 지인이 알려줘서 알게 된 저는 뒤로 자빠져 두 바퀴 구를 만큼 놀랐답니다.
무려 사진구도도 비슷하게!!! :)
타이베이 여행을 가면 징퉁은 꼭 가보길 추천한다.
추천한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대만의 감성이 무엇인지 모르겠어도 그 낭낭한 분위기와 고즈넉함, 고요함과생동감 그 사이의 징퉁에서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것이다.
아, 물론 지우펀도 아름답긴 하다:)
여행, 그 순간에 집중하고, 맘껏 누리고, 맘껏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