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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완전 럭키‘비’키잖아(3)

여행 - "여"기서 지금 "행"복할 것

by 고bee

자, 깔끔하게 숙취로 마무리한 덕분에 지우펀에서의 아침 감성은 물 건너가고, 다시 타이베이 '시먼딩'의 숙소로 택시를 이용해 돌아갔다(강남에서 수원 가는 줄:))


3일 연속 같은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는데, 뭔가 내 집에 온 편안 느낌? 여행은 동선이 맞는다면 최대한 같은 숙소에 오래 머무는 것이 새로운 숙소에서의 설렘은 부족할 수 있으나, 효율적이고 편한 것 같다.


집에서 좀 쉬니 괜찮다는 친구를 끌고, 오늘은 타이베이의 성수동, '화산 1914'로 향한다!!

라고 했으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와중에 쓰러질 것 같다는 친구...^^ 그래 가라 가. 괜히 끌고 나왔지 뭐!

하지만, 나 고승아 이렇게 쉽게 끝내지 않지, 내 여행은 여행이니까... 혼자라도 간다!!

지하철 문이 닫히고 크게 숨을 들이 마신 뒤 노래나 들으면서 감성여행을 해야지 했으나, 에어팟도 두고 나왔네^^ 나란 아이 참... 무슨 노래냐 사람들 말소리 듣고, 바람도 맞고 기왕 혼자 잘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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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술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구......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는 과거 타이완의 가장 큰 양조장이었던 곳으로 현재 문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했으며, 각종 전시회나 공연, 행사 및 플리마켓이 열리는 한국의 성수동 같은 곳이다.


지하철 문이 열리니, 괜스레 긴장이 된다.

최대한 익숙한 척, 현지인 인척 해야지.


사람들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니 오른편에 버블티가게가 보였고, 분명 버블티가 먹고 싶었는데.... 상큼한 티에 버블이 약간 섞인... 당장 버리고 싶었지만, 신호등만 건너면 딱 봐도 힙한 건물들이 가득한데... 나는 에어팟도 없고.... 자연스러워 보이려면 테이크아웃컵이 필요해!

마지못해 들고, 꾸역꾸역 마시며, 드디어 입성한 화산 1914


양조장이었던 곳이라 그런지 정말 넓은 공장 부지 같아 보이는 외관이었고, 각 건물마다 팝업 스토어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대만사람들은 귀여운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은 스누피 팝업 스토어가 열렸고, 각종 전시회와 공연 같은데... 네.... 잘 모르겠어요.... 지브리 전시회는 포스터를 보고 알 수 있었지만, 입장료가 35000?? 사악하네!!

들어가 봤자 까막 눈이라 읽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혼자 와서 사진도 찍기 어려울 텐데... 5초 고민 후 쿨하게 패스. 집 가서 오랜만에 지브리 노래나 들어야겠다 룰루.


그렇게 한창 부지를 구경하고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와 드넓은 잔디밭.

그림처럼 비눗방울을 불며 꺄르륵 거리는 아이들, 유모차 끌고 나온 가족들, 즐거워하는 연인들, 그리고 고승아. (잠깐, 우는 거 아닙니다)

또 먹고 싶다...케챱 냠냠

나도 앉고 싶다, 잠깐 무슨 냄새지. 주위를 둘러보니 핫도그 파는 좌판이 있잖아? 가격은 950원 정도.

좋았어! 줄에 슬쩍 껴서 자연스럽게 주문... 하려 했으나, 영어로 물어보는 점원님^^ 헤헷... 들켰다.

여하튼, 핫도그는 한국의 2분의 1 크기, 안의 소시지는 연분홍?? 한입 먹어보니.. 무릉도원이네요:)

배가 고팠나 보다, 더 먹으려다 훠궈가 생각나 차라리 집 근처로 돌아가 저녁을 먹기로 한다.

핫도그 안녕.


플리마켓은 키링이나 마그네틱 등 아기자기한 소품과 인형들을 팔고 있었다.

뭐... 이런 귀여운 것들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구경은 해주지.' 했는데.... 너무 귀여운 퇴근길 고양이 키링 발견.... 지하철 손잡이에 세상 지친 표정으로 서류가방을 들고 늘어진 고양이, 이거 어떻게 해요? 데려가야죠. 이리온... 한국에 돌아가면 내 출근길을 함께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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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말고 퇴근만 하고 싶어요....

혼자 야무지게도 이렇게 구경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넘어 배가 제발 음식 좀 넣어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저녁은 돌아가서 친구랑 먹어야지, 난 의리녀니까:) 쉬었으니 괜찮을 거야!!! 나 혼자 잘 다녀왔다며 뿌듯하게 들어선 집엔.... 한국에서 데려온 병든 닭이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나 훠궈 먹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 1인훠궈를 찾아본다, 나 혼자라도 간다! 난 아주 강하니까!!

20분여 거리에 구글 평점 4.7??? 이건 안 갈 수가 없지,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한국인 구글평을 달달 외우고 옷도 편하게 입고 혼밥 하러 길을 나선다.


아무래도 숙소가 번화가다 보니, 사람이 너무 많다... 쭈굴..... 그래도 이번엔 에어팟과 함께였다:)

'God Guo Hot Pot' 오,,, 대기가 있잖아... QR스캔해서... 음.... 웨이팅 등록 이렇게 하는 것 맞겠지....? 30분 정도의 기다림 끝에 불려진 내 이름.

여긴 닷찌 자리가 있어, 혼자 먹어도 전혀 불편하거나 눈치 보이지 않는다!! 라고 했잖아요.... 왜 저만 4인석에 혼자 앉히는 건데요.... 오늘 세상이 억까하는 건가...... 아, 가방이랑 옷 편하게 두라고 배려해 주신 거죠? 그런 거라고 믿어요!!!:)


이곳은 영어를 할 줄 아시는 친절한 점원분이 계셔서 홍탕과 비슷한 육수를 시키고 고기는 구글님이 알려주신 대로 오겹살, 그리고 무한리필 채소들!

어제의 숙취가 없진 않지만, 혼자 훠궈 먹으러 왔으면? 맥주는 예의입니다. chill 하게 chill 한 맥주 한 병 시키고 보글보글 끓어가는 내 훠궈.

내사랑 훠궈어

맛은 사실, 한국의 내 보석함 훠궈집만 하진 못했지만, 그 친절도와 깔끔함, 가격이면 충분한 맛이었다.

혼자 뜨거운 국물에 맥주 한 잔 하니, 기분이 날아간다. Like, 마치 목욕탕 나와서 바나나우유 먹는 기분?

아주 깔끔하고 야무지게 터질 듯한 배를 부여잡고 이제 숙소로!


주말저녁이라 그런지 우리나라처럼 거리에서 춤도 추고 공연들도 확실히 많이 하고 있었고 다른 나라의 비슷한 느낌에 신기함이 느껴졌다.

집에 오니, 병든 닭은 아픈 닭정도로 다행히 회복되어 있었고, 오늘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귀에 들려주며(친구의 의사는 필요 없다:)) 하루를 마무리.


여행, 지금 '여'기서 바로 '행'복 할 것!


정말 의도치 않게 내게 주어진 하루간의 자유일정은 처음엔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당황스러운 마음이었지만, 발길 가는 대로 보고 싶은걸 보고, 듣고 싶은 걸 듣고, 먹고 싶은 걸 먹으니 또 다른 행복이더라.

물론 친구는 하루 종일 너무 미안해했고, 나도 약간 얄밉긴 했지만 어찌하리, 저리 병든 닭을...

내 마음에 솔직하게 물어보고 원하는 대로 발을 내디뎠고, 매번 새롭게 주어지는 상황들에 충분히 즐거웠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친구들과 함께 여행 중 누군가 너무 피곤해하거나 아파서 일정이 틀어지는 일을 겪은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 소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서 기분 좋게 떠난 여행, 하루쯤 나에게 자유일정이 주어진다면, 처음엔 당혹스럽겠지만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걸 해야지!


마음에 귀를 기울여본다면 오히려 럭키비키잖아, 우린 여기서 당장 행복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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