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몽골,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2)

협곡? 화산? 호수? 세 가지를 하루에 다 볼 수 있는 곳

by 고bee

아침 8:30 AM 자,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더 오지로 들어가나 보다 먼저 마트에 들러, 항상 사던 우리의 메뉴는 뭐다?

보드카와 감자과자등을 계산하고 로컬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선 아침을 챙겨 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몽골에 온 뒤론 신기하게 배꼽시계가 끼니때에 맞춰 울려댄다.

푸른 초원을 보며 푸르공을 타고 달리다 보면 내가 달리는 듯한 착각을 해서일까?


말은 별로라고 하고, 다 먹은 현실.jpg

오늘의 메뉴는 치킨콤보!

한 시간여 기다린 후에 나온 음식은, 흡사 한국의 술집에서 시키면 나올법한 치킨 플래터였다.

굽고 튀기고, 양념한 다양한 조리법의 닭요리가 긴 접시에 나왔는데, 네, 몽골의 닭은 한국의 토종닭처럼 크고 질깁니다....

퍽퍽한 살을 좋아하는 나는 그나마 좀 먹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힘들어했다.


맨얼굴도 자연으로 가려주는 몽골!

그렇게 또 푸르공에 몸을 싣고 2시간여 달리니 '촐로트 협곡'에 도착했다.

깎아내린듯한 바위와 그사이를 흐르는 물줄기 위에서 내려다보니, 자연의 위대함에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어랏 빗방울이 토도독 떨어지기 시작한다.

협곡의 위엄이 더 도드라지는 듯해 오히려 좋아.

하지만, 오늘 최종목적지는 이곳이 아니지, 화산을 거쳐 '차강호수'까지 가야 한다.


사진을 몇 컷 남기고 또 1시간여를 달리니 나온, 등산로........?

'허르거화산‘ = 휴화산이라고 한다. 블로그에서 보고 한 시간은 껌이지란 생각으로 당당하게 오르기 시작한 내발걸음은 가파르고 밟히는 돌들에 의해

자꾸 미끄러지고 더뎌졌다.

한 시간쯤 걸어 올라갔을 때, 와....이게 뭐야....?

한가운데 움푹 파여 곧이라도 분출할 듯한 까만 바닥을 가진 그 주위를 뺑 둘러싼 구덩이, 그 가장자리에 우리가 서있었다.

흐린 하늘과 어우러져 한층 무서웠다....

아래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고소고포증이 생길 것 같은데 몽골의 젊은이들은 한가운데까지 걸어 내려가 보기도 한다고 안나가 말해줬다.

나는 생각만으로도 손에 땀이 나는 듯 한데, 4살때부터 말을 탄다는 몽골사람들은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하산하여 올라탄 푸르공.


정말 마지막을 향해 그렇게 푸르공은 달린다. 달리고 달려 도착한 '차강호수'


맑고 넓은 호수를 둘러싼 마을이 있었고, 우리의 게르도 이곳에 있었다.

게르는 뭐 이제 익숙하다, 들어서면 뺑 둘러싼 침대 중에 한 개를 고르고 가운데에 캐리어를 펴고, 땔감 나무를 눈으로 봐둔다,

아참 파리가 많기 때문에 문 열고 파리떼를 내쫓는 것도 잊지 말자!

귀여운 딩고! 누나를 보란말야!!!!

차강호수는 맑고 넓은 것이 마치 투명한 한강 같았고, 사진만 보면 라이크 한강 같았다:)

오늘의 게르엔 '딩고'(주인 없는 들강아지를 딩고라 부른다)가 많았고 이 딩고들은 커다란 덩치와는 다르게 사람에게 비빌 줄 알았다.

한참을 딩고랑 놀다, 게르에서 차려주신 소고기볶음밥을 먹고 방으로 다들 모여!!!


오늘은 게임보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 등,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뭉쳤으니, 얼마나 할 말이 많았겠는가?


한참을 달려왔기에 별이 많이 보였으면 했으나, 오늘은한국의 강원도 정도 우릴 비춰주었다.

그래도 기분 탓인지, 더 밝고 환해 보였다.


그렇게 셋째 날,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오늘은 이동의 하루이다.

내일 가는 이번 여행의 메인, 홉스골까지 하루에 가기 너무 멀기에 중간 '므릉'이란 마을까지 가는 여정이다.

그래요.... 8시간 동안 푸르공만 탄단 이야기입니다.....


스피커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듣다가, 잠도 들었다가, 중간에 쉬었다가, 굽이굽이 굽은 길을 따라 돌며 정말 디지털 디톡스도 제대로 하며 가다, 갑자기 앞에 우르르 오는 양 떼에 잠깐 차를 세웠다.


5-6살 남짓한 아이 세 명이 양 떼를 몰고 지나가는데 너무 귀엽고 기특하여 망고젤리도 주고, 달리고 달려 신이데르 마을도 지나쳐 지칠 대로 지친 채 도착한 우리의 므릉!!!!!

오늘의 숙소는 안나가 구해준 호텔이다! 무려 6명이 동시에 잘 수 있는 6개의 침대가 있는 방이다!

거기에 오늘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란다.... 얘들아 뭐 하니 우리 소주 사러 가자!


제법 큰 마트가 근처에 있었고 참소주를 발견한 우리는 기쁨의 환호로 소주를 구매했으며, 작년 몽골에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 패션후르츠 음료도 발견하여 모두 구매완료!

8컵의 소맥을 내가 말아준건 안비밀, 쉿:)

몽골의 돼지고기는 과연?

너~~~~~무 쫄깃하고 맛있다.

드디어 한국보다 맛있는 고기를 발견했다.

거기에 소주 한잔 캬!!!!

잠깐 나 몽골 즐기고 있는 것 맞지?:)

몽골에서 한국식을 먹으니 더 맛있는 거야, 그럴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끓여주신 김치찌개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서 방으로 돌아와 정말 개운하게 씻고 모두 모였다.


오늘의 게임은 루미큐브와 젝스님트.

소주도 마셨겠다, 보드카에 음료수도 타먹었겠다,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시곗바늘이 2시를 넘어간다.


얘들아, 내일 홉스골 가야지 이만 자자!

몽골인들의 ‘엄마의 강‘이란 ’ 홉스골‘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눈을 감는 길고도 짧은 밤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