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들의 엄마의 강, '홉스골'
오늘은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홉스골'로 출동하는 날!
어제 많이 이동한 덕분에 조식을 먹고 홉스골까지 3시간여만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오른쪽에 너른 하게 펼쳐진 많은 게르와 오두막 집들, 게르는 수없이 묵어봤기에 오늘은 6인실 오두막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이쯤 되는 뭐가 가장 생각날까요?
바로 라! 면!
버너와 냄비를 부탁드려 누군가 챙겨 온 그것도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을 끓여 먹으니 10개의 양고기 안 부럽다, 마치 like korea♥
금강산도 식후경이 랬나, 점심을 먹고 나니 드디어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나무와 그리고 푸른 잔디 위에 어우러진 새하얀 게르들, 그리고 리버뷰.
나무들 사이로 저 멀리 우리가 찾던 그 잔잔하게 일렁이는 홉스골이 얼핏 보인다.
가까이 가보자!
승마체험을 예약했던 우린 각자 마음에 닿는 말과 함께 산책을 나섰다.
오늘 나의 메이트는 멋진 갈색털을 휘날리는 왕자님. 말도 몇 번 타봤다고 이제 익숙하기도 안정적이기도 하며, 더 달리고 싶단 생각이 든다.
야생성이 강하니 가까이 가지 말라던 야크 떼 사이도 지나가고 풀 뜯어먹는 양 떼 옆을 지나가니, 나도 동물들과 어우러진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홉스골.... 백두대간이 이런 모습일까?
잔잔하게 일렁이는 강물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윤슬,
아, 이번 여행은 이걸 보려고 온 게 맞는구나.
그 압도적인 크기와 깨끗하게 부서지는 강물, 더불어 옆에 한가히 풀을 뜯고 있는 동물들, 이곳에 며칠 머물고 싶다.
홉스골의 겨울은 평균 영하 20도로 얼마 전 개봉한 '하얼빈'영화의 현빈이 추위에 쓰러지는 장면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는 여행지가 딱 맞는 말 아닌가?
영화에서 본 꽝꽝 언 홉스골 위에선 말썰매도 타 볼 수 있고, 순록체험 및 스케이트나 얼음낚시등 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북몽골을 다녀오며 이제 내 인생 마지막 몽골이라 생각했지만, 겨울의 홉스골을 보고 싶어 슬그머니 버킷리스트에 넣어두는 나:)
더 달리고 싶어 하는 내 맘을 아셨는지 말고삐채 건네주신 가이드 분 덕에 500미터 정도는 혼자 말을 컨트롤하며 달려 다시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몽골의 말들은 다 건강하고 눈망울이 너무 맑고 매력적인 것 같다. 그리고 말도 통하지 않고 나와 훈련도 한적 없는 말이 내게 맞춰 오롯이 둘만의 보폭으로 짧은 거리지만 달렸다는 것이 큰 쾌감으로 다가왔다.
승마체험이 끝난 후 이번엔 보트를 타고 홉스골 반대편까지 달린다.
밑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물과 그 영롱한 색깔, 그리고 시원한 바람, 내리쬐는 햇빛 삼박자가 딱 들어맞는다. 반대쪽엔 낮은 전망대? 같은 것이 있어 올라가 반대편, 즉 우리가 묵던 숙소 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오늘은 이 위를 보트로 달리지만, 언젠간 순록이나 말 썰매로 달리는 날이 오길!
이쯤 노니, 무슨 시간이다?
배 고 파 요!!!
오늘 저녁은 카레, 완전 한국인 맞춤형 식단이었고 얼마나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지 예측이 되었다.
마트를 못 들린 관계로 숙소에서 파는 보드카와 음료를 사서 식사 후 그 '달무티'란 보드게임을 하며 한참을 즐거이 놀았다.
보드카를 마시며 보드게임을 하니, 마치 러시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랄까?:)
날이 어둑어둑 해지니, 아니 이제 뭐야?
바로, 캠. 프. 파. 이. 어
다들 알 것이다, 집에 계신 어머니께 감사함을 생각하며, 내가 했던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솰라솰라........그 눈물의 캠프파이어 아닌가!
다들 들뜬 마음으로 옹기종기 밖에 모여 앉았고 그 피어오르는 불빛에 나도 함께 춤추는 듯했다.
바로 그때, 한국인 40대 정도의 남성 두 분이 다가와 캠프파이어를 함께 보더니 오늘은 삼촌들이랑 놀아야겠다, mbti가 뭐니, 혈액형이 뭐니 등등 계속 말을 거셔서 불이 꺼짐과 동시에 숙소로 돌아왔다....
조용히, 좀 더 감성적으로 즐기고 싶었는데 매우 아쉽긴 했다.
이곳은 데이터가 거의 안 터진다고 보면 된다
‘강제 디지털 디톡스'
우리 엄마의 강은 디지털을 싫어하나 보다.
아, 이렇게 핸드폰을 손에 들고 살았구나 싶게 무심결에 터지지도 않는 핸드폰을 수없이 들여다 보고, 심지어 되는 게 없으니 사진첩만 무수히 넘겨보다 잠이 드는 밤이었다.
다음날, 상쾌한 공기로 맞이하는 아침. 두 번째 몽골 여행도 끝을 향해간다.
가이드님, 운전기사님과 또 다시 길고 아쉬운 이별을
했다. 말썽꾸러기들을 잘 돌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참새는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했다.
유정이와 맥주, 와인 등 다채롭게도 마시며 못다한 몽골에서의 이야기, 홉스골에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덧 한국에 닿았다.
사람들은 묻는다,
“무슨 매력에 몽골을 그렇게 자주 가냐”
나는 대답한다,
“모르겠지만 그게 매력 아니겠냐고.“
광활한 초원을 보면 내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수많은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생동감 있게 달리는 말과 낙타 떼를 보면 힐링과 동시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단 다짐이 들고, 순수한 몽골사람들의 미소를 보며 나도 함께 웃게 되는 이상한 나라 몽골.
청 춘
이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돈 주고 고생을 사서 한다는 말에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그게 내가 아직은 무언가 나아갈 힘이 있고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란 것 아닐까?
자연이 좋고, 힘들어도 그 속에서 꽃을 피워낼 수 있는,나이에 관계없이 그만한 용기와 도전을 할 수 있는 청춘들이여.
감히 내가 추천한다, 그런 분이라면 절대 후회 없을 거라고 그러니, 날 믿고 다녀와도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