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이번엔 북몽골이다!
"작년에 갔던, 그 몽골을 또 떠난다는 거지? 왜? 무슨 매력이 그렇게 만드는 거야?"
그렇다, "왜?"라는 질문을 적어도 10번은 들은 듯하다.
시간이 멈춘듯한 끝없는 지평선이 좋고, 자유로이 뛰노는 양들과 말을 보면 나도 뛰놀고 싶어 지며,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들, 무엇보다 디지털기기 통신이 잘되지 않아 상대방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 그렇다, 디지털 디톡스가 가능하단 이야기다.
핸드폰을 의식적으로 안 써야지 하면서도 손에 쥐고 사는 우리들, 반강제로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고 내 옆의 친구 눈을 한번 더 들여다볼 수 있고, 드넓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그 시간들 자체가 나를 또 몽골로 이끌었다.
작년 이맘때엔 남몽골을 다녀와서, 이번엔 엄마의 호수, 그리고 온천이 있다는 약간 힐링?(몽골의 7-8시간 기본이동인 푸르공에서 힐링을 찾는 내가 정상인지 잘 모르겠다:)) 이 테마인 여행이다.
힐링... 과 동떨어지게 비행기 출발은 1:50 AM, 순탄치 않은 시작이지만 그래도 가야지!
잘 틈도 없이 입에 넣어주는 기내식과 지난번과 같이 또 함께 떠난 유정이가 옆에 있기에 3시간 40분여를 웃고 떠들며 결국 밤새 날아와 도착한 몽고르!
지난번처럼 맑은 하늘로 반겨주면 좋으련만 약간 흐린 하늘에 안타깝긴 했지만, 지금은 거의 24 시간 넘게 깨어있음으로 빨리빨리 이동이 필요한 순간
5:30 AM, 이번여행의 가이드님은 안나!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딸이 있다고 하셨고 그래서인지 여행 내내 엄마 같은 든든함이 느껴졌다.
여행이동의 시작과 함께 몽골은 뭐다? 장보기다.
빠질 수 없는 칭기즈칸 보드카와 맥주, 그리고 한국만큼 많은 한국과자들 중에 몽골과자를 골라서 담는다.
배고파요~~~ 3시간여 달려 도착한 진짜? 찐! 현지인이 거주하는 게르.....?
여긴 왜 왔죠? 현지음식과 가정을 보여주고 싶어 드라이버님의 찐 집에 온 것이었다.
너무 귀여운 막내딸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오손도손 모여사는 게 예전 한국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작은 게르 안에 티브이, 냉장고, 세탁기 등 있을게 다 들어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몽골은 침대가 높아서인지 게르 천장에 허리줄을 묶어 육아를 한다.
침대가 높아서 떨어질까 그런 것 같은데, 야생 육아를 보는 듯, 몽골은 3살 때부터 말을 탄다는데 우리나라가 너무 애지중지 키우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온다고 준비해 주신 카이막, 양고기 수프 등등.... 너무 감사한데 양고기 못 먹겠어요....
여기서 잠깐!
한국에서 먹는 양은 어린양 이고, 몽골에서 먹는 양은 초원에서 뛰놀며 자란 늙은 양을 먹기에 냄새가 훨씬 심하고 고기가 질기다.
그러면 안 먹을 건가요? 아니죠!!! 그래서 뭐다??? 준비해 온 쯔란이 있다!!!!!!
저번 몽골 때 심한 양고기를 먹었어서인지 생각보단 냄새가 덜 나는 듯했는데, 쯔란과 함께해서 착각이었나 싶기도 하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후, 안나가 어제 태어난 송아지가 있다고 해서 가서 만져도 보고, 가족분들과도 인사를 나눈 채 우린 오늘의 최종 목적지, '쳉헤르 온천'으로!
진짜 산 넘고 물 건너, 양 떼와 말들을 몇 번이고 지나쳐 5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온천!!!
블로그에서 큰 기대를 하고 가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좁은 4칸의 온천물에 가득 차있는 사람들.
그래도 의지의 한국인들,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야지! 한국에서 고이고이 챙겨 온 흰색 수영복을 입어야 한단 말이다. 야무지게 맥주도 한 캔 씩 들고 입수하니, 그제야 보이는 풍경들.
새파랗다 못해 그 속에 빠질 것 같은 하늘과 드넓은 초원, 그 사이의 게르들, 멀리 보이는 말과 양 떼 그리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들.
그래, 나 몽골에 진짜 왔구나,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며 맥주 한모금하니 '무릉도원'이세요~
한 시간여 온천을 마치고,(다행히 한국에서 세신을 받고 와서 때는 안 나왔다:))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소고기 볶음밥? 같은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5번 게르로 다들 모여잇!
누군가 들고 온 '젝스님트'라는 보드게임에 빠져 보드카와 함께 아궁이에 나무장작을 넣으며, 길고 길었던 여행 첫날을 마무리한다.
몽골은 9PM쯤 돼야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해가 지니
그래, 이거 보려고 다시 왔지.
하늘에 수없이 박혀있는 반짝임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별은 몽골이다.
다시 오길 참 잘했다, 이 나라.
너무 눈을 오래 뜨고 있었던 관계로, 오늘은 이만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