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감성과 그 말랑함에 대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혹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 영화를 본 적 있는가?
대만, 그 특유의 버터감성과 말랑함을 직접 경험하고 보고 싶어 떠나게 된 나라.
자, 기내에서부터 시작해야 진짜 아니겠는가?
대만 맥주는 아니지만, 하이네켄(하이네켄과 카스밖에 없는 관계로)을 따며 우리의 여행은 스타트를 끊었다.
식사하고 여행코스도 다시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3시간이 지나 도착한 대만은, 95%의 강수확률을 뚫고 흐린 하늘로 (맑진 않았지만 비가 안 오는 게 어디인가) 우릴 맞이해 주었다.
5년여 만에 중화권 국가에 들어가려니, 떨리기도 하고 다시 복습했던 회화들은 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 승아야 너는 유치원생정도 말은 할 수 있어,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대만의 출국장 문을 나서면, 대만관광청에서 2023.05.01-2025.06.30까지 주관하는 사전신청으로 여행지원금을 뽑을 수 있는 럭키드로우 기회가 있다.
1년 전 친구 넷과 왔었던 유경험자인 친구는 그때도 당첨된 사람이 없었다며, 무심결에 QR코드를 찍었고,
왓???????????
'숙박지원금' 무려 '5000 대만달러'(100달러에 4400원 정도, 5000달러는 약 22만 원)에 당첨되었다!!!!!!
숙박지원금이라고 숙박만 되는 게 절대 아니랍니다.
호텔에서 판매하는 '펑리수'나 양주, 핸드크림 등 다양한 상품이나 뷔페등도 이용가능하니, 이미 숙박을 예약완료한 우리를 위한, 이건 정말 댕이득이다.
공항에서 e-sim설치 때문에 애를 좀 먹었지만, 그 후 'MRT'(토큰 혹은 교통카드로 지불할 수 있으며 7500원 정도)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대만의 명동이라 불리며 우리의 3박 4일 숙소가 있는 '시먼딩역'에 도착했다.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
내 꿈을 위한 여행, 피캬츄~~~
역 밖으로 나오니, 음~ 우거진 초록빛 나무 물결과 곧이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하늘, 그리고 너무 귀여운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우릴 맞이한다.
숙소까진 도보로 20분, 걷다 보니, 먹기로 했던 우육탕면 집을 지나치는 길이라 이 또한 댕이득!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먹으러 들어섰다,
중국을 자주 다녔던 나도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본 우육탕면,,, 뭐랄까 맑은 사골국물에 중국향신료 한 꼬집 집어넣은 맛,,,?
음~ 나도 먹어봤다! (먹어봤으니 됐다!!)
룰루 숙소로 가는 길에, 스타벅스....? 미리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자몽허니블랙티'의 시럽을 대만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방앗간 들린 참새는 뭐다? 사야 한다.
가격도 1만 원 정도면 괜찮다 하며 담다 보니,, 약간 슬픈 금액을 지불했지만, 받고 행복해할 지인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친절한 에어비앤비 주인께 방을 안내받고, 이제 대만을 즐기러, 이쿠죠!!!!
먼저 이지카드(대만의 교통카드. 편의점에서 충전 후 사용)를 구매한 후, 걷다 보니 여기가 스팟이다.
좁은 골목길의 네온사인과 간판들, 내가 바로 대만이라고 말하는 듯한 오토바이만 겨우 다닐만한 골목길!
이번 여행은 컨셉 사진 찍는 것도 염두에 두고 와서, 처음으로 삼각대란 도구를 준비했지, 후훗(물론 친구가)
그 좁은 골목에 삼각대를 설치한 후, 꽃까지 들고 사진을 찍어대니 관광객들이나, 앞에서 호빵을 팔던 아주머니까지 무슨 일이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곤 했다.
아무렴 어떠냐, 이리 좋은 사진들을 건졌는걸!!!
기분 좋~게 방송, 유튜브에 많이 나오던 '곱. 창. 국. 수'를 먹으러! 오, 줄이 짧다...? 10분 정도? 줄을 선 후 먹은 국수맛은... 팽이버섯 같은 면의 식감에 해선탕같지만 덜 녹진한 국물...? 딱 스트릿 푸드, 그 정도만 기대하기로 해요, 우리.
빨리 움직인 덕분에 생각보다 시간도 널널하고 , 비도 안 와서 유명한 '카페거리'도 오늘 들리기로 했다.
MZ들이 많이 온다던 그곳은 플리마켓으로 가는 길을 가득 메우고, 을지로에 있을 법한 힙한카페에 푸릇한 식물을 한 움큼씩 얹은듯한,,, 물론 자리는 편하진 않았지만 그런 감성 있잖아요... 괜히 막 힙해진 것 같고 나도 어려진 것 같고....:)
그중 중국어는 1도 못 읽는 우리지만, 감성을 챙기기 위해 북카페에 들어서, 아. 아(아이스아메리카노) 수혈 한번 해주고,
우린 뭐가 있다???
숙박지원금 바우처로 근처 로얄베이커리에서 지인 및 우리의 '펑리수'를 양껏 산 후 218번 버스를 타고, 20분여간 달려 '용산사'로 향했다.
용산사는 불교는 물론 도교와 유교까지 아우르는 절이라고 한다.
도착하니, 인공 폭포가 흐르고, 오색빛깔 용모양등의 화려한 풍선들, 그리고 빨간 절의 내부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몇몇 사람들은 각자의 염원을 담아 절을 하며 , 몇몇 사람들은 '포잣'이라 불리는 반달모양의 돌? 을 두 개씩 던져 점을 치고 있었다.(두 개의 반달 모양 나무 조각을 바닥에 던지면 신이 응답해준다고 한다)
제법 큰 규모의 절을 돌다 보니 드디어 비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는 어차피 숙소 근처 꼬치집, 하루 종일 비를 피했고 이제야 오다니,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택시를 타고 무려 구글 평점 5.0을 자랑하는 집 근처 '꼬치집'으로 고고
자,아주 중요한 맥주이야기이다.
'18일 맥주'를 아는가?
대만은 18일 동안만 유통하고 폐기하는 본질의 맛을 잃지 않겠다는 거의 생맥주와 비슷한 신선한 맥주를 유통한다.
안 먹을 수가 있나?
"푸우위엔(종업원님), 18일 맥주랑 꼬지 주세요"
한국과 비슷하게 양배추와 찍어먹는 소스가 나오고, 닭껍질과 삼겹살 등 20개 정도의 꼬지를 먹으니, 배가 아주 빵빵했다. 기분 좋게 하오 츨!(맛이 좋다) 기분 좋게 떨어지는 빗소리도 헌 하오!(매우 좋다)
걷기도 하고, 택시도 버스도 타고, MRT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현지에서 탈 것은 다 탄듯하여 하루를 돌아보니 실소가 지어졌다.
씻고 나온 뒤, 2만 보는 걸은 듯 다리가 아파, 워치로 확인해 보니 17000보쯤을 걸었다.
대만은 생각보다 넓진 않고, 아기자기하고 구경거리 그리고 먹거리가 지천이라 여행에 식도락의 재미가 넘칠 것 같아 매우 기대가 된다.
오늘 잘 살았고, 내일도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이만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