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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스푼 Jul 03. 2024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 고흐의 카페테라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즐비하게 놓인 퍼즐들이 마치 나에게 윙크를 하는 듯하다. 그 유혹에 내 심장은 설렌다. 퍼즐을 맞추는 4~5시간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여유로울 때 해야 하는 이유다. 상자를 들었다 놨다 반복한다. 퍼즐을 잘못 열었다가는 남편과 아이들의 아우성이 불 보듯 뻔하다. 놓고 가려니 미련이 남아 자꾸만 눈을 떼지 못한다.

 ‘이걸 맞추면 얼마나 신날까? 맞을 듯 안 맞을 듯 밀당하다 쏙 들어가는 그 느낌.’

 내 손은 허공에서 퍼즐을 맞춘다. 퍼즐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간신히 내려놓는다.    

 

 남편은 내 취미에 불만이 많다. “등 구부러진다. 집안이 엉망이다. 퍼즐이 뭐라고 좀 쉬엄쉬엄해라.” 쉼 없는 잔소리를 뱉어낸다. 그러면서도 내가 내려놓은 퍼즐을 슬쩍 담아 선물한다. 이런 섬세함은 남편의 큰 장점이다. 아른거리던 퍼즐을 코앞에 마주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시무룩했던 마음이 삽시간에 행복으로 바뀐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 듯 퍼즐들을 우르르 쏟아놓는다. 내 몸과 마음은 오로지 퍼즐 완성하는 데에만 스위치가 켜지고 망부석이 될 각오를 한다. 어떻게 퍼즐을 맞춰 나갈지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처음에는 한 면이 직선인 테두리를 분류하면서 하나씩 맞춰 나간다. 가장 공을 들여야 하 퍼즐 속도를 결정하기에 중요한 부분이다.     


 고흐의 카페테라스는 붓 터치가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색감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500조각을 먼저 맞추고 100조각으로도 완성해 본 적 있다. 맞춰야 할 조각 수가 적다고 쉽게 볼 것이 아니다. 100조각은 크기가 작아지면서 500조각만큼의 난이도가 존재한다. 퍼즐을 대하는 자세는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너무 쉽다고 방심한 순간, 도저히 맞춰지지 않는 조각에 더 큰 좌절과 방황본다.      


 비슷한 색깔의 퍼즐 조각들을 한 곳에 모은다. 진짜 ‘그놈이 그놈이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화려하게 빛나는 노란색 처마와 벽면이 딱 그랬다. 붉은빛 명암으로 거칠게 표현된 부분으로 색깔의 차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림의 힌트로 찾을 수 없을 때는 요철 모양을 확인하며 하나씩 맞춰 나갔다. 볼록이 하나, 위아래 볼록이, 옆 위 볼록이, 볼록이 세 개, 볼록이 네 개를 말이다. 맞추기까지 푹푹 한숨 쉬다 맞아 들어가는 순간 짜릿한 환호성을 지른다. 너무 쉽게 풀리면 재미없다. 어려운 부분을 넘어서는 순간, 퍼즐이 더 재밌어지는 포인트다.     

 고흐의 작품에는 테이블과 옹기종기 사람들이 있다. 거리의 자갈은 어찌나 알록달록 색깔을 찍어놨는지 현란했다. 혼돈의 카오스가 시작된다는 징조다. 테이블도 옅은 하얀색, 점점 짙어지는 하얀색, 연두색과 섞인 하얀색, 붉은색과 섞인 하얀색까지 다양했다. 분명 같은 색으로 표현한 것이 하나 는데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고흐가 되어 붓 터치를 함께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조금씩 맞춰 나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손으로 눈을 꼭꼭 마사지했다. 안 될 때는 조금 쉬었다 할 법도 한데 그 질 못한다. ‘이걸 끝낼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쓸데없는 비장함을 발휘한다.      


 카페테라스에는 화려함 속에 어두움도 존재했다. 한참이나 시커먼 벽면과 푸르스름한 하늘을 부여잡고 내 손은 갈 길을 잃었다.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기를 쓰며 째려본다. 역시 눈이 아프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검은색 속에 점점이 찍힌 부분과 창문들이 제각각 빛난다는 것을 발견했음에도 진행 속도가 더디다. 이런 된장 고추장 쌈장까지 나오려던 순간, 하나의 퍼즐이 절묘하게 맞춰진다.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덩실덩실 어깨춤이 나오려다 멈칫한다. 옆에는 한심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남편 일과 아이들 이와 삼이 있다. 혼자 탄식하다 울 듯이 괴로워하고 기뻐 소리 지르는 다중인격의 면모를 그들은 직관한다. 한여름 태양보다 더 따가운 눈총을 발사하며 말이다.


 하늘과 검정 건물이 듬성듬성 모양이 맞춰지면서 제법 완성되어 갔다. 빨리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과 끝나는 게 아쉬운 것 같아 천천히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남은 개수가 줄어들수록 더욱더 갈등했다. 결국 빨리 완성해서 승전보를 알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마지막 2개의 퍼즐이 없어져서 온 거실을 헤집고 다녔다. 매트와 소파, 테이블과 러그 속도 다 뒤졌다. 딸과 남편도 투덜투덜하면서도 찾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겨우 찾은 퍼즐 두 조각을 부여잡고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듯한 기쁨을 맛봤다. 누가 보면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옆에서 인내하며 지켜본 아이들에게 한 조각씩 맞추라며 선심을 썼다. 아이들은 종일 놀아주지 않은 나에게 뾰로통한 마음이 있었다. 마지막 조각을 맞추며 자신이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우쭐하며 속상한 마음을 풀었다.     


 완성된 퍼즐을 상자 속으로 넣기 전에 마지막으로 훑어봤다. 중간중간 어렵게 맞춰진 부분들이 더 눈길이 갔다. 하나하나 살펴봤을 때와 완성된 전체를 볼 때는 또 느낌이 달랐다. 퍼즐을 맞출 때는 붓의  터치감이 화려하고 선명하면서 밝은 색감에 압도되었다. 전체를 바라보니 밝음과 어두의 조화다. 마지막으로 밤하늘 별이 팝콘처럼 펼쳐진 모습이 여운으로 남았다. 고흐는 밤을 좋아해서 밤은 빛이 없어지는 시간이 아닌 새로운 것을 보는 시간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밤하늘을 검은색보다 짙은 파란색으로 그렸고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리며 너무나 행복했다고 한다. 그 행복감이 퍼즐을 맞추는 동안 전달되었던 걸까? 팝콘처럼 몽글몽글 별이 어두컴컴한 하늘을 유난히 밝게 비추는 것 같다. 퍼즐들은 뒤섞여 상자에 들어갔고 다음을 기약했다.     


 나는 퍼즐을 통해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상자를 개봉할 때까지 두근두근 설렘으로, 맞출 때는 흥미진진하게, 완성될 때는 뿌듯함으로 하루 내내 행복해진다. 마음이 복잡할 때 얽힌 실타래를 풀어 가듯 마음이 정리된다. 일명 스트레스라는 핀을 쌓다가 볼링공으로 스트라이크를 날리는 기분이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막막함과 절망감이 소용돌이친다. 그럼에도 차근차근 풀어나갈 때는 서두르는 마음을 내려놓는 법과 끈기를 배운다. 완성을 향해 달려왔지만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더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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