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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스푼 Jul 16. 2024

승부욕 때문에 아이를 울리는 엄마, 이상한가요?

불꽃 튀는 나라와 수도 게임

  코로나19로 아이들의 가정 보육이 늘어났다. 날마다 부루마블, 알까기, 오목, 도블, 링코, 루미큐브 등을 섭렵했다. 침 튀기는 열정으로 게임에 임해서인지 부모와 자식 간에 작은 불화가 발생한다.

 “앗싸! 게임은 이겨야 제맛이지!”

 “흑흑흑. (도끼눈을 뜨며) 엄마는 이기는 게 그렇게 중요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 게임에 대한 예의야! 엄마가 일부러 지면 얼마나 재미없겠어? 다 재미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됐어! 엄마는 흥 칫 뿡이야!”

 이기는 것에 진심이었던 나는, 승부에 눈이 멀어 아이들을 종종 울리곤 했다. 기분 좋게 아이들에게 져 줄 법도 한데 게임이 시작되면 이상하게 그렇지를 못했다.     

 

 부루마블은 꼭 해야 하는 게임 중의 하나였다. 6살이던 둘째는 글자를 띄엄띄엄 읽어서 나라를 국기로 익혔다.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과 같이 도시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연결했다. 돈 계산을 제외하고는 가족들 도움 없이도 게임을 곧잘 했다. 오히려 첫째와 내가 알지 못하는 국기들을 아이는 척척 알기도 했다.   

  

 나라와 수도에 관심이 늘어가자 코로나상생지원금(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국민의 고통이 심화되자 정부가 마련한 지원금)으로 지구본도 사줬다. 부루마블을 하면서 나라들을 입체적으로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어플로도 연동할 수 있어서 둘째가 스마트폰으로도 나라와 함께 대표하는 것들을 익히는데 딱이었다.   

   

  아이들은 지구본을 보더니 우리나라부터 찾기 시작했다. 엄지손톱 만한 나라를 보고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것도 북한과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작아?”

 “크기는 작지만 우리나라는 인터넷 통신기술로 뛰어나. 싸이 아저씨나 BTS(방탄소년단)같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가수들도 많지. 드라마도 수출하고 있어서 한류 문화로 유명해. 이렇게 많은 나라 중에서 경제적으로 11등일 정도로 잘 사는 나라야.”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가 컸으면 좋겠어!”

 작지만 자랑스러운 나라임을 알게 해 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너무도 작은 땅덩어리에 아쉬워했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세계 수도송을 매일 같이 불렀다. 둘째가 부르고 있으니 첫째도 따라 부르고 어느 순간 나도 따라 부르고 있었다.  

 “움바움바 움바리 움바 세계 수도송! 움바움바 움바리 움바 세계 수도송! 한국 서울, 일본 도쿄, 싱가포르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 태국 방콕, 네팔 카트만두, 인도는 뉴델리, 미얀마는 네피도, 베트남 하노이, 필리핀 마닐라.....”     

  어린이집에서 나라와 수도 책에 둘째 아이가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6살 아이가 학습자료로 에펠탑 사진을 보여주니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이야.”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나라, 도시 이름, 건축물에 관련 책을 보고 또 보며 관심이 많다고 했다. 글자도 가나, 케냐, 미국을 쓰고 있었다. 글자에 관심 없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말을 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익혔다.      


  집에서도 볼 수 있도록 책을 주문했다. [세계수도 지도책 1.2권]은 아이들이 굵직굵직하게 나라와 수도를 익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롤프라는 사슴과 꼬마 아이가 세계도시여행을 하면서 한 권 당 대략 10개의 나라, 2권을 통해 20개의 나라를 익혔다. 조금은 생소한 나라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는 프리토리아.”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둘째를 따라 첫째도 잠자는 머리맡에서 함께 읽어주니 간접 학습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추천받은 또 다른 책은 [노빈손의 세계도시탐험]이었다. 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여러 상식들을 배우기에 좋았다. 여기에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내가 노안인 건지 눈이 빠져라 찾아도 못 찾은 그림이 많았다. 숨은 그림 찾기는 난이도 상중의 최상을 자랑했다. 빽빽한 그림 속은 마치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와 같았다. 둘째는 영국의 타워브리지를 유독 좋아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빠에게 가서 “영국에는 문이 열리는 다리가 있는데 그건 타워브리지야!”라고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말했다.      


  와당탕 세계나라 수도 보드게임은 화룡정점이었다. 가나의 수도는 아크라, 네팔의 수도는 카트만두, 일본의 수도는 도쿄 등 60개 정도의 나라와 수도를 맞추는 게임이다.

“잠깐만! 잠깐만! 생각날 것 같아! 제발.”

“하나 둘 셋 엄마 빨리 말해!”

“아 모르겠다. 초성이 뭐였더라? 앞 글자 한 글자라도?”

“ㄹ ㅇ ㅋ ㅂ ㅋ, 레.”

“레알코박.. 코?”

“엄마, 코를 왜 박아?”

 떠오를 듯 말 듯한 기억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모로코, 나이지리아, 아이슬란드 등 계속 헷갈리는 나라가 꼭 있었다. 가이드 책을 같이 보고 함께 공부했다. 나이지리아는 아부자, 모로코는 라바트, 아이슬란드는 레이캬비크 여기에 다시 지구본으로 누가 먼저 찾는지 경쟁하며 한번 더 익혔다.     


  옆에 있으면서 아이의 관심을 놓칠 때가 많다. 어린이집 선생님의 조언으로 아이의 흥미도 알고 아이들과 더 신나게 노는 방법을 배웠다. 나도 세계의 여러 나라에 대해 공부했다. 이건 아이 공부가 엄마 공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었다. 무엇보다도 둘째가 글자에 흥미를 가지고 조금씩 익혀나가는 모습이 제일 큰 수확이었다. 한글책을 펴 놓고 공부하는 것보다 나라와 수도 이름으로 익힌 글자가 더 많았다.   

   

  아이를 통해서 배워나간다. 아무리 말려도 하고 싶어 하는 건 아이들도 알아서 한다. 스스로 흥미를 느낄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 주는 것도 부모 몫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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