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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Jul 16. 2024

행복의 파이

하루하루가 재미있기만 하고, 완벽하게 즐겁기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니 확실하게 매일이 좋고 즐겁기만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 시간 매일마다, 다가올 미래가 행복하고 즐겁기만을 바라며, 우울한 현실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나의 하루는 매일매일이 행복과 빡침,우울과 환희가 뒤섞인 꽤나 스펙터클한 하루인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아이와 함께 하는 달달한 간식시간에 기분이 좋았다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막 가져다준 물 잔을 시원하게 엎어버린다던지, 알 수 없는 칭얼거림으로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꾹 참고 바닥을 닦고 있으면 이어서 '와장창창' 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 바닥 한가운데 널따랗게 엎질러진 장난감 무덤들을 마주치고는 좌절하기도 한다.


애휴, 그래 신나게 놀아라


장난감 무덤 사이의 물총을 발견한다.

곧 좋은 생각이 떠올라 아이를 살살 꼬셔본다.


" 여기 물 넣으면 물총! 빵야빵야 물 넣고 해 볼래?"

" 응 좋아!"


아주 민첩하고 빠른 스피드로 옷을 훌렁훌렁 벗기고 물총전쟁을 빙자한 목욕을 한순간에 끝내버린다.


신나게 놀고 나온 뽀송뽀송하고 귀여운 아들을 한 아름 안고 있으면 내 몸 어딘가 방전된 곳들이 시원하게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가 포옹은 좋은 거라고 하더니, 아이를 낳고 보니 잠시 까먹었던 이 좋은 포옹을 시도 때도 없이 한다.


'행복은 미루지 말아요'라고 말하던 어느 스타의 sns가 생각난다.

댓글에는 대부분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가던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망설이지 말자는 내용이 많았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일하는 것, 돈을 벌고 사회 생활을 하는 것 모두 궁극적으로 나의 행복과 내 가정의 행복을 위한 것이니, 이 때문에 행복을 미루지 말자는 말.


하루의 시간 속에는 행복한 시간도 있고 짜증 나는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기분 좋은 시간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슬프기만 한 사람도 없고 기쁘기만 한 사람도 없을 테니까.

나는 그저, 소소하고 작은 재미와 기쁨을 자주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쏟아진 물을 닦으며 화 낼 시간에 잔이 깨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고, 엎어진 물을 만지고 첨벙거리며 즐거워하는 아들을 눈에 담으며 같은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확장시켜서 신나게 물놀이를 한번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소소한 작은 기쁨과 재미와 행복이 모여 나의 하루는 화나고 슬픈 감정보다는 행복의 파이가 조금 더 넓은 하루가 된다. 어느 날은 파이가 반 정도 행복한 날이었다면, 어느 날은 거의 완벽하게 행복한 파이가 가득 차있는 날도 있다.

그뿐이다.

나의 파이는 언제나 행복이 차있다.

나는 절대로 행복을 뒤로 미루지 않는 사람이다.

잠자리에서 오늘치의 행복의 파이를 둘러보고, 내일은 내일의 행복의 파이를 채우기 위해 조금의 노력을 더 하며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이 내가 매일 웃으며 살 수 있는 이유이다.


거창할 것 없다. 당장 해외여행을 예약하거나 멋들어진 호텔을 예약할 필요도 없다.

그저 오늘 저녁 먹거리를 위해 나온 시장에서, 싼 값에 좋은 가지를 여러 개 얻어 가까이 사는 엄마와 나눠먹을 수 있는 것, 아이가 하원하기 전 조용한 집안에서 반쯤 드러누워 세상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여유롭게 마시는 것.

내 하루는 이런 소소한 만족감에 행복의 파이가 커진다.


나의 파이에는 언제나 행복이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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