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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아이 들여다보기 -  수치심의 기원

by 세영 Mar 10. 2025


  요 며칠 머리가 무겁고 몸의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새로운 곳에 취직을 했기 때문이다. 취직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나는 초반에 유난히 타인의 눈치를 본다. 이번엔 이 감정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보았는데 이것은 ‘수치심’ 이었다. 내가 평가당할 것 같고, 못해서 뒤에서 수군댈 것 같다는 수치심. 아무도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이 감정은 정말 습관처럼 새로운 곳에 가면 주기적으로 날 괴롭혔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을 먹고 30분 명상하려고 앉아 호흡하며 찬찬히 내 감정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어느 명절날. 어쩔 줄 모르며 전을 부치고, 일하고 있는 어린아이가 보였다. 그 아이도 명절을 맞아 누워 쉬고 싶었을 텐데 분주한 주방, 어른들에게 한소리 들을까 봐 뭐라도 거드는 척한다. 게다가 어두운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분위기 맞추며 실없는 소리도 해보고 괜찮은 척도 한다. 초등학생이 뭘 안다고.


 행여나 여자애가 돼서 그것도 못한다, 시집가겠냐 핀잔 들을까 무섭고, 혹시나 잘하면 칭찬해 줄까 기대도 하며 놀고픈 마음 꾹꾹 누르고 일한다. 꼭 눈치 보는 새끼 강아지처럼 쭈그러져 있다.


 심성이 조금은 게으르고 우울한 아이는 속으로 생각한다. 나도 눕고 싶어, 누워서 쉬고 싶어. 하지만 우리네 명절은 쉴 틈 없이 바삐 돌아간다. 이 불쌍한 어린아이는 자신의 기분은 묵살한 채 어른들에 맞추느라 바쁘다.




 그때, 아빠가 영웅처럼 나타난다. 거 우리 아이한테 그러지 마쇼.라고 이야기하며 괜찮아, 어린이는 전 못 부치는 게 당연한거야. 못해도 돼. 시집? 무슨 초등학생한테 시집 얘기람? 하고 다독이며 내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우리 명절인데 어디 놀러 갈까? 물어보며 쇼핑몰도 가고, 놀이공원도 간다. 신나게 논다.


 이렇게 아빠가 든든하게 막아주는 상상을 했더니 눈물이 와장창 났다. 아 내가 습관적으로 느끼는 수치심은 여기서 온 거구나. 그 시절 어른들 아무도 그 아이를 다독여 주지 못했고, 어린 아이는 그 수치심 간직한 채 그대로 자랐겠구나. 아, 아마 어른들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테지.


 또는 울상을 하고 전 부치는 어린아이에게 다가와 우리 아기 힘들지? 아빠가 도와줄게 하며 슈퍼맨처럼 거들어준다. 그랬다면 아이는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나를 지킬 수 있다는 든든함과 안전함을 느끼고 자랐을 것이다.


 내 안에서 뭔지 모를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현재의 현실에서 일어나 힘들게 할 때는, 그 감정의 시초를 찾아 올라가 본다. 대부분 어린아이일 때 느꼈던 사건 속 감정이 시작이다. 조용히 아직도 그 안에서 울고 있는 그 아이를 봐주고, 위로해 주고, 안아주고, 진짜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부드럽게 물어봐 주면 우리 안에 울고 있던 아이는 마음을 열고 따뜻함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렇게 감정을 내보인 아이는 세상을 안전하다고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자꾸 어떤 감정 때문에 힘들 때 내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명상을 하며 눈물을 한 바가지 쏟으면 그 감정이 해소되며 몸에 힘이 축-빠진다. 쌓아온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풀린 응어리는 다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그리고 같은 상황이 내게 닥칠때, 괜찮아! 못해도 돼! 남이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 어때? 라는 마음의 소리가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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