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동바리를 시작했던 계기는 단순히 돈 때문이었다. 25살의 나이에 몸을 때우며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알바는 노가다 밖에 없어서였다. 당시 택배의 하루치 급여는 겨우 6만 5천원이었고 최저시급도 아직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은 때였다. 세후 200만원이 넘는 급여를 단순히 알바만으로 마련하기에는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은 시절이었다.
돈을 모아야 했던 이유는 서울로 가기 위해서였다. 꿈을 포기해야 했던 대전에서 안 좋은 기억을 잊고 서울로 새 출발 하기 위한 시드머니를 마련하고 싶었다. 여기에 누나에게 남은 빚도 일부 있었다. 나는 단기간에 치고 빠진다는 생각으로 노가다를 선택지로 넣게 되었다. 동바리는 당시 초보 기준으로도 일당이 9만 5천원이나 되는 꽤 단가가 센 보직이었다. 먼저 이 작업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건물에 공구리(콘크리트)를 붙기 전 건설 하중 등을 지지하기 위해 동바리라 불리는 파이프를 설치하는 것을 말하는데, 글 보다는 이미지로 한 번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나 같은 잡부에게는 매일 수십 개에 달하는 파이프를 그저 나르고 조립하고 해체하는 것이 주 업무라고 보면 되겠다.
한 달만 버티면 일당이 10만원으로 올라간다는 소개글을 보고 있자니 이건 차마 지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6개월 전 두 달 동안 택배 만근을 뛴 나로서는 세상 그 어떤 작업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 공짜로 숙소에도 지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 나에게 그 이상이 더 필요할까? 어차피 애널리스트로서의 꿈도 무너진 마당에 당분간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동바리 노가다에 시다로 지원했다. 그리고 그만 이 곳에서 육체노동의 끝판왕을 경험하고야 말았다.
첫 날, 동바리에 '동'짜도 몰랐던 나는 그저 '100(cm) 몇 개 가져와라', '150 몇 개 저기 내려놔라' 등의 아주 사소한 지시만 따를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내가 가져오는 것들의 무게가 제법 아니, 정말 무거운 중량으로 들어서 날라야만 했다. 단순히 파이프 1~2개를 가져오는 정도가 아니라 내 키 만한 파이프를 7~8개씩 날라야 했고 작은 것은 20개씩 들어 가슴에 한 웅큼이나 안길 만큼 실어 날라야 했다. 팔이 아파 죽을 것 같은 것은 기본이었고 단순 일용직으로 어슬렁 거렸던 옛날의 경험하고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였다. 가끔은 내 키에 몇 배나 되는 커다란 파이프를 어깨에 짊어진 채 나를 정도였으니 어깨가 갈려나가는 것도 걱정해야 될 처지였다. 초반에는 일머리는 커녕 일정 중량을 실어 날라야 하는 단순 노동에 무척이나 적응이 힘들었다.
단지 '무거움' 때문에 일이 힘들었다고 하면 제목을 '위험한' 일로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동바리를 오래 하지 않았던 이유는 힘듦 보다는 자칫 하면 정말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계속 차올라서였다. 단지 나르고만 했던 잡무에서 조금씩 동바리를 설치하는 쪽으로 일을 배워나갔다. 작업 특성 상 아파트의 약 3~4층 높이만큼을 동바리로만 연결하는 것은, 후발 시공 작업자가 안전하게 발판을 딛고 나가는 과정까지를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수시로 높은 곳 까지 파이프를 설치하며 나아가야 했고 관련 자재들 역시 직접 높은 곳까지 올려가며 작업을 해야 했다. 여기에 만에 하나라도 동바리를 손에서 놓치기라도 한다면 안전모가 쓸모없을 만큼의 사고를 감당해야 했다.
이곳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무서웠던 작업은 두 가지였다. 3~4(또는 그 이상이 되는)미터가 되는 파이프를 수직으로 들어올려 바닥에 있는 보(동바리에 연결하는 지지대)에 내려 꼽는 일이었다. 내 키를 훌쩍 넘는 파이프를 단지 어깨와 팔 힘으로만 지탱하는 이 작업은 만에 하나라도 파이프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정말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또 하나는 설치된 동바리 위에 '멍에'라고 불리는 형틀을 올려 놓는 건데 이 작업은 불과 가로가 수 센치가 채 되지 않는 둥근 파이프 위에 발을 딛고 서서하는 일이다. 멍에 자체가 길면 4m, 6m가 되며 무게 자체도 몇 십키로에 달하는 상당한 무게를 자랑하기에 그것을 받치면서 끼우고 나르고 하는 작업은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공중에서 하는 것과 다름없는 이 작업은 그곳에 아찔하게 올라가 멍에를 깔아야지 그 위에 '거푸집'이라는 큰 틀이 올라가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작업은 기상이 좋지 않으면 절대 진행하지 않으며 또 전날에는 술도 마시지 못한다. 자칫 파이프에 발이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바로 그냥 사망사고로 이어져서다. 수 미터나 되는 높이에서 파이프에 발을 딛는 것도 심장이 쫄깃한데 그 위에 무거운 멍에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진짜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것과 같았다(비록 안전바를 매긴 하지만 나 때 까지만 해도 사실상 매는 둥, 마는 둥 했다).
수 미터를 훨씬 뛰어넘는 파이프를 수직으로 꼽는 것은 무서웠지만 요령을 익히면 해볼만 했다. 그런데 위에서 저딴 둥그런 파이프에 내 하중을 싣고 수 미터가 되는 '멍에'를 옮기는 것은 정말 해도 해도 적응 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나는 작업동안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추락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멍에를 잘 못 받쳐 떨어뜨린 적도 있었고 자재를 올리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선입견 없이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죽어도 못할 것 같다. 일당이 100만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더 쫄보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