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삶을 소극적이기 보단 적극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자그만 것에도 성취감을 느끼려 하고 되도록 무언가의 목표를 가지려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외로움과 우울감을 갖는 편이다. 병원을 찾지 않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감정은 때때로 내 삶에 찾아와 브레이크를 건다.
수 년간 일상의 미세한 감정기복을 겪으며 이것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감정으로 엄청난 일탈을 저지르지 않으며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편은 더 더욱 아니다. 다시 말하면 어느 정도는 자가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적당히 상념에 적셔주며 알콜로 머릿속을 마비시켜주면 다시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견딜 준비를 맞는다.
우울을 맞기 전과 후의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이 없다. 그저 내 삶을 느끼는 태도의 진폭에서 감정의 동요만 일어날 뿐이다. 골이 위를 향해 있으면 일상의 치열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고 바닥을 향해 기면 잠깐 하고 있던 것을 그냥 놓아준다. 취미를 내려놓고 생계활동은 수동모드로 하며 내 몸을 한껏 움츠러뜨린다. 누구보다 내 감정 상태를 잘 알기에 바닥을 친 자존감에 대해 아쉬워하며 슬퍼한다. 뭔가를 바꾸려하기 보단 일시적인 감정이 지나가기만을 묵묵히 기다린다. 그러다 골이 고개를 들면 술을 줄이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감정의 변화를 조절하고 있다.
가끔은 주기적이면서 때로는 매달 한 번씩 찾아오는 이 우울감에서 사람들은 이 정도의 감정 변화는 이유 없이 찾아온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국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몸이 감지한 것이다. 나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편이라 말하면서도 그럼에도 작은 것들은 쌓이고 쌓여 덩어리가 되고 만다. 퇴근 후 어지롭게 놓여진 방을 보며 느끼는 한 숨, 술로 인해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해 느끼는 괴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적지 않은 근로시간에 대한 불만, 협소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외로운 감정들이 끊임없이 자극을 주어 기어이 내 삶의 일상에도 영향을 준다. 똑같은 고민을 수년 간 반복해도 감정의 진폭에 따라 예민해지고 무뎌지는 삶의 연속이다. 감정이 격해지면 스스로의 존재를 그냥 무쓸모한 존재로 바라보기도 한다. 내 삶의 방식이 하찮고 못나보일 때, 인정받지 못하고 혼자서 스스로에게만 위안을 주고 있는 모습이 느껴질 때, 치열해 보이지도 않는 삶에 강한 압박이 느껴질 때 등등..
어쩌다 우연히 오는 우울은 없고 이유 없는 우울도 없는 것 같다. 솔직히 그냥 다 외면하고 싶은 것일 뿐, 분명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나 자신은 알고 있다. 다만 그것들을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견뎌야 하고 감내하며 사는 게 일상이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내 삶의 가치관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우려 한들 인생의 고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우울의 감정은 추구하는 삶이 계획적이고 구체적일 때 마다 수시로 찾아오는 것 같다. 어쩔 때는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는 나를 책망해 하며 당장이라도 포기해 버리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결국 그 감정을 또 이겨내야만 한발 짝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견뎌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잠깐이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한다.
최근 며칠 전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어지렵혀진 방을 보는데 갑자기 기운이 쑥 빠져버렸다. 힘겹게 공원에도 다녀보며 활기를 찾으려 노력했다. 쉬는 날엔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낄 힘도 쥐어지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고 생각 나지도 않을 한글 문서를 연 채 그냥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허기짐이 느껴졌다. 나는 술을 한 병 까며 익숙하게 나만의 감정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