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oana Dec 09. 2024

북토크, 친구 삭제, 이어진 현타의 연속

오늘은 드디어 꿈에 그렸던 첫 오프라인 북토크를 가졌던 날이다. 마트에서 밤을 꼴딱 세운 나는 집에 와 최대한 단정하면서 따듯한 복장을 차려 입은 뒤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광운대 역에 도착한 후 인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 소리는 생각 보다 길었고 음악을 들으며 폰을 만지작 거리던 중 나는 기어코 카톡의 숨김 친구 목록을 들여다 보고야 말았다. 


목록엔 두 달 전 헤어짐의 그리움이 가득한 그녀의 카톡 프로필이 고스란히 전시 되어 있었다. 절대 소식을 알려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나는 결국 그녀의 바뀐 프로필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 장 한 장 그녀의 프사를 넘기고 있었다. 북토크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내용은 언젠가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최고의 자랑이자 가장 값진 소식이었다. 소중히 여겼던 존재에게, 지금이라도 해당 내용을 공유하며 칭찬을 받고 싶었지만 이제 더는 그럴 없게 되었다. 카톡에는 1대 1채팅을 누를 있도록 허용 되었지만 결코 엄지 손가락은 거기로 향하지 못했다. 그저 프사만을 눈여겨보며 왠지 모를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에게 방해하지 말자고 외침에 외침을 더하며 결국 카톡을 다시 내려놨다.


요 며칠 계속 그녀가 떠올랐다. 이미 번호도, 사진도 모두 지웠고 카톡도 나간 상태였기에 그녀와의 추억이 저장될 수 있는 모든 기록물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악수를 하며 분명 우린 '헤어짐'을 확인했고 나는 그녀와 연이 닿을 수 있는 커뮤니티의 모임마저 모조리 나왔다. 연인이었음에도 내 에세이를 읽지 않았던 서운함을 늘 가슴에 감추었었다. 그러나 그녀는 헤어지고 나서야 내 책을 읽었다며 '헤어진 후에' 그렇게 밤에, 나에게 책의 감상문을 보내 왔었다. 다시 한 번 만나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다음 날이 돼서 보낸 '만나자'는 답장에 그녀는 부담스럽다며 거절을 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그것으로 완전히 정리 되었다. 그러나 나 혼자만의 아쉬움이었을까? 확실한 헤어짐이었지만 뭔가 자꾸 그녀에게 말을 하고 싶었다. 전할 말이 늘 떠올랐고 또 다른 마침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우려 해도 계속 떠올랐다. 결국 그녀의 프사를 보며 다시 한 번 저울질의 무게추를 재고 있었다. 


성황리(?)에 북토크는 마무리 되었고 비록 참여자는 많지 않았지만 나름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내 책, 스토리에 궁금한 독자들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짜릿하고 뿌듯했다. 뭔가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고 다시 한 번 잘하는 것을 더 잘해보려는 다짐도 가지게 되었다. 대표님과 늦은 점심을 먹은 뒤 약속이 있다며 나는 먼저 자리를 나왔다. 어떤 모임에서 알게 된 분과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든 그녀를 지우고 싶었고 빨리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다지고 싶었다. 그런데 웬걸.. 영화를 보는 것은 둘이 아닌 4명이었고 뒷풀이마저 새로운 그 분은 참여하지 못한다기에 약속에 가려는 맥이 완전 푹 꺼져 버렸다. 설상 가상으로 폰의 배터리도 도중에 완전히 꺼지는 바람에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영화보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상황은 꼬이고 꼬여 그냥 그 날 하루가 망친 것 같은 기분에 울적함만이 내 감정을 대변해 주었다. 갑작스런 현타에 또 다시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다시 한 번 문득 카톡의 친구 목록을 확인했다. 그러다 다또 다시 숨김친구 목록에 가서 그녀의 프사를 살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는 핑계'는 아쉬움을 넘어 이젠 화가 나기까지 했다.  

'이게 뭐라고 나는 오늘 하루를 망쳤을까?'

숨긴친구 목록에서 그녀의 프사에 삭제 버튼을 눌렀다. 더이상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낼 마지막 장치 마저 제거해 버린 것이다. 이제 더는 그녀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업다. 설령 떠오른다 해도 이젠 보낼 수단이 사라졌다. 


그렇게 오늘로써 나는 그녀를 완전히 놓아 주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