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하고 싶은 일 찾기

by Aroana

학교는 대전에서 다녔다. 이 곳에서 학과 생활을 보낼 때만 해도 나는 굳이 상경에 큰 뜻을 품지는 않았다. 내가 서울로 올라온 가장 큰 이유는 당시에 처한 내 심경의 변화 때문이었다. 재학 중에 목표로 준비했던 자격증(CFA)에 무참히 실패하고 꿈을 잃어 좌절하던 시절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 때 서울에서는 단순히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헛된 망상을 가지게 되면서 부터였다.


"나란 놈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무엇을 해야 재미있게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대전보다는 왠지 서울에서 찾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정도의 '막연함' 만 가진 채 한 학기 휴학계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아 탐구 시간을 가졌다.


전공이 참 중요한 게 나는 무역학과를 나왔음에도 전공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상경 계열이라는 넓은 범위임에도 나는 금융, 경제, 경영에는 관심이 있어도 무역, 영업, 상사 이쪽 계통에는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당시 드라마에서는 '미생'이 한창 인기를 끌었음에도 장그래의 연기에만 감정이입 될 뿐, 회사(대우 → 포스코인터내셔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내 안에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무역업에는 어학실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데 이 때 내 어학실력은 정말 형편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처음부터 잘 할 자신이 없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여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연한 출발 안에서 서울에서의 내 목적은 다양한 아이템을 배경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 속에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회사에서 밤낮없이 일을 해보거나 나에게 딱 맞는 아이템을 구사하는 회사에 들어가 주인의식을 가져보고 싶었다. 이 때 내가 직업을 고르는 기준은 돈도 아니요, 인간관계, 업무시간, 출퇴근 거리도 아닌 단지 '내 구미에 맞는 사업 아이템' 하나 뿐이었다. 내가 그냥 꽂히는 일, 그렇게 당시 전 재산 350만원을 가지고 호연지기를 꿈꿨다.


서울에서 현타를 느낀 시점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이곳 기업들에서는 나를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부 다 무슨 개발자. 또는 웹디자이너, 영업 관리 등만 필요로 할 뿐, 경영지원 업무는 가뭄에 콩 나듯 보였다. 더군다나 잡코리아, 사람인 등이 아닌 스타트업 전문 채용사이트에서 알아보려 했으니 결과만 더욱 초라해져 갔다. 그냥 무지성으로 들어가 '일만 시켜주십쇼' 하면 그 용기로 뽑힌다는 말은 책에서나 존재하는 화석 같은 말이었다. 현실은 꽤 체계적이었고 냉정했다. 능력이 아닌 오직 '업무로서의 재미' 만을 바라봤던 내가 정말 얼마나 멍청하고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현타에 현타가 가중돼 정신을 차리던 와중, 두 세달 동안 PC방만 기웃거리는 모습을 자각했다. 너무나 자명한 진리를 세상 멍청한 방법으로 깨우치게 된 나는 누구한테 차마 말하지도 못한 채 혼자 끙끙 앓아가며 다시 계획을 백지화 했다. 그리고는 당장의 생활비라도 아껴볼겸 주말에 하루 단기 알바 등을 병행하며 하루를 근근히 살게 되었다.


그렇게 고뇌를 거듭하며 확신에 찬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앞서 언급한 보험설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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