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가명)이는 내가 좋아했던 첫사랑이었기 전에 친한 친구였다. 전교생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곳에서 우린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1학년 때 까지 같은 반이었다. '면'에 해당되는 시골이었기에(거기서 우리집은 '리'로 끝나는 동네였다) 여학생은 7명이었고 남학생은 스무 명 남짓이었다. 순수했던 우리들은 이 당시 감히 친구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느낀다는 게 매우 부끄러운 시기로 여겨졌다. 어렸을 적 부터 알게 되었던 터라 서로는 서로를 이성으로 보지 않았고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수연이와 급속히 친해졌던 계기는 내가 중학교 3학년, 전교회장에 나갔을 무렵 부터였다. 이 때 수연이는 1학년만 마치고 읍내에 있는 여중으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학교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는 곳은 우리집 근처였고 이사는 가지 않아 가끔 얼굴은 마주칠 수 있었다. 발단은 전교회장에 나갈 포스터를 준비할 때 였다. 그림에 잼병인 나는 같이 포스터 작업을 도와줄 친구를 찾고 있었고 이 때 수연이와 그녀의 단짝인 연주(가명)에게 도움을 청했다.(남자인 친구들은 애초에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함께 포스터 작업을 도와주면서 곧이어 다른 친구들도 우리집에 놀러오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렇게 어쩌다가 우리집은 동네 친구들 모임의 아지트가 되었다.
전교회장이 되고 나서도 우리는 주말마다 만나 어울리는 사이가 되었다. 이 당시 놀이라곤 순수했던 것이 깡통차기, 숨밖꼮질 나이 먹기 등 무척 아날로그한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게임을 하면 수연이는 되도록 나와 같은 편이 되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저녁에는 줄넘기를 한다는 핑계로 만나 늦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다. 한 번은 수연이가 우리집에 와서 함께 팝송을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자주 듣는 해외가수를 소개해주었고 우리는 같이 외국어 가사를 해석해보기도 하는 등 지금 추억해보면 달달한(?) 시간을 가졌다.
아마 이 때 부터 수연이를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고백은커녕, 호감을 표시하는 그 어떤 말도 내뱉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유는 사실상 핑계였던 것 같고 이 당시 나는 그런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시절 자체를 내 유년시절의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주말에는 계곡에 가서 놀고 밤에는 부모님 몰래 밖에 나가 고기도 구워 먹는 경험 등이 참 특별해서였다.(고기에서 고무 씹는 맛이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때 처음 알았다) 안타까웠던 건 이 시기가 서너 개월로 무척 짧았다는 것이다. 세이클럽에서 수연이가 '안녕' 하며 쪽지를 보낼 때 설렜던 기억도 이 시기를 끝으로 점차 사그라졌다.
그녀와 다시 연을 닿았던 건 고3 때 입시학원(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동네학원)에서였다. 우리는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집에 갈 때 같은 차에 타서 동일한 지점에서 내렸다. 안부정도는 물을 수 있는 사이였음에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성 앞에서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로 자란 것이다. 감정에 대해 겨우 인지만 할 뿐 표현할 줄 아는 아이는 못 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도 수연이와 몇 번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이 때는 나와 가장 친한 영찬이와 셋이서 자주 봤다. 어느 날 영찬이가 초등학교 때 수연이와 잠시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내게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놀라워하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친구들은 어렸을 때 서로를 이성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요즘 수연이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며 곧 그녀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을 내게 해주었다. 여기서 나는 지난 과거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러나 곧 대신 잘해보라며 둘 사이의 관계를 그냥 응원해줬다. 수연이와 연락을 주고 받는 게 나와는 관계가 없지만서도 당시 느꼈던 감정에는 아쉬움과 섭섭함이 분명 남았던 것 같다. 뭐 그런 영찬이가 부럽기도 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으니까.
한 때 수연이에 대한 내 감정을 느끼고 나서 지었던 시가 있다. 친구라서 차마 고백은 못하겠고 호감을 표시하기에는 시간도 지나서 망설였을 때 썼던 시다.
찌질한 기억을 추억해본 건데 왜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지는지는 모르겠다.
2006. 02. 26
어느 한 첫사랑의 고백
벌써 몇년 전이다. 처음부터는 관심 없었는데, 유심히 지켜 보았다.
사랑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한번쯤 있을 법한 이야기니까..
'그런데' 라고 말하기 보다는 어느순간 부터 머릿속에 환상처럼 떠돌던 그녀.
지칠 때 마다 먼저 찾게 되었다. 조금씩 내 마음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 순간부터 덜컥 겁이 났다.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게 사랑이었다.
벌써 몇 달 전이다. 좋아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유심히 지켜보았다.
첫사랑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한번쯤 해봤을 법한 경험이니까..
'하지만' 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어느순간 부터 마음의 절반을 차지했다.
모든 일에서 먼저 찾게 되었다. 조금씩 그녀의 사랑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덜컥 겁이 났다.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게 사랑이었다.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것이 두려웠다. 처음해보는 경험이라 저항 할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나오는데 말로는 표현이 없었다.
고백이란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을 차마 입 밖에 내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바로 오늘이었다. 그는 고백을 했다. 하지만.. 겨우 혼자였다.
원두막에서 내리 앉아 외쳐 보았다. 하지만 표현이 어려웠다.
그는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힘껏 소리쳤다. 그치만 소리가 작았다.
용기를 내며 한번 더 그녀의 세글자를 힘껏 부른다음 사랑한다고 했다.
그의 고백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 아니, 사랑했다. 하지만.. 하지만..
이 시간부터는 아니다. 지금부터 너는 내 마음에 없다.
그치만.. 널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게 첫사랑이었으니까.
나를 너를 사랑한다. 이 말의 기간은 여기까지다.
그치만.. 널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게 첫사랑 이였으니까."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