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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Dec 06. 2023

우울함에 잠겨들 때

12월을 여행으로 시작했다.


1일부터 4일까지 10년 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좋았지만 가끔 인터넷에서 가족여행 다녀오면 다시는 자유여행 안 갈거라는 글을 볼 때마다 왜지? 싶었는데,, 그 마음을 느꼈다고나 할까


부모님 은퇴하면 엄마 데리고 모녀끼리 놀러가기도 하고 가족여행도 몇 번 더 가고 싶었는데 나랑은 안 맞을 것 같아서 그냥 부모님 둘만 보내드리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고 벌써부터 생각 중이다. 당연히 자식들이랑 왔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따라 다니고 싶겠지만 한국어 번역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는거나 제대로 했는데도 맞냐고 두번, 세번 물어보는거나 짜증내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대답하지 않고 무시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럴 때마다 나는 불효녀가 맞다는 생각에 괜히 한숨이 나올 때도 있긴 하지만 맡기고 싶으면 아예 맡기거나 아니라면 그냥 패키지를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런 점을 제외하고는 소중한 사람들과 현실 걱정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이 좋아서 다들 여행을 가는 거겠지.





그런데 여행을 다녀와서 갑자기 원래 많지도 않았던 의욕이 팍 꺾인 기분이라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우울하다.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서? 현실에서 멀어졌던 짧은 순간이 그리워서? 1월에 여행을 다녀와서도 바로 학원에 갔었고, 그 달에는 지금 생각해도 열공했던 때라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이 더욱 당황스럽기도 하다. 


원래 기분 나쁘면 표정에 바로 드러나는 편이라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데 어제는 그랬음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게 너무 티가 났는지 점장님이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다.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일하면서 대놓고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래도 백화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데 안 좋을 때마다 티냈다면 퇴사가 아니라 잘렸겠지...


갑작스러운 우울함과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기대와 걱정, 맞지 않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출근해야 한다는 짜증이 이리저리 뒤섞여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진심으로 다니는 회사가 아니라도 돈 받고 일한다면 그만두기 전까지는 최대한 나의 기분을 갈무리 했어야 했는데, 어제는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는데, 어디를 가든지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구나 알 만큼 티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구질구질하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어제는 일하면서 우울한 분위기를 걷어내지 못한 것이 맞아서 변명까지 더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마감까지 어쨋든 버티고 사직서 쓰고 나온 나한테 수고 했다고 말해줄 뿐이다. 나마저 나를 몰아 붙이면 기댈 곳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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