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네, tears가 많아서요.
요즘 감수성이 예민해진건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가고 있는건지 유독 노래를 들을 때 눈물이 찔끔 나올 때가 있다. 슬픈 노래가 아닌데도 말이다.
티비를 잘 시청하지 않는 내가 채널을 돌리다가 나오는 재방송까지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두 개가 있다. 싱어게인과 VS 노래방 서바이벌이다. 세상에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왜이렇게 많은지 음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VS의 예선전을 보면 또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3주전의 방송분이었나, 겨울왕국의 성인 안나 목소리를 맡은 성우분의 노래를 들었다. 사실 겨울왕국이 그렇게 전세계(?)를 강타했을 때도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않은 영화다. 물론 줄거리를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을만큼 여기저기 퍼져 있어서 보지 않았어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한다.
그 분의 노래를 듣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왜 눈물이 나는지 곡의 후반부에 "언니와 나 둘 뿐이야" 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나 왜 슬픈거야-를 중얼거리며 휴지를 주섬주섬 뜯고 있었다.
그리고 저저번주 방송분에는 전주부터 익숙한 쾌걸 근육맨의 OST가 흘러나왔다. 어렸을 때 애니를 보면서는 한 번도 슬프다고 느껴본 적 없던 가사가 왜그렇게 와닿는건지 부르는 분이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하고 듣고 있는 나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해서 괜히 울컥했던 것 같다.
아니면 지금 내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말이 가득 담긴 가사여서 그렇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한번 더 나에게 질풍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거야 너에게
그래 이런 내 모습 게을러 보이고
우습게도 보일꺼야
하지만 내게 주어진 무거운 운명에
나는 다시 태어나 싸울거야
한번 더 나에게 질풍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거야 너에게
세상에 도전하는게 버거울 지라도
함께 해 줄 우정을 믿고 있어
한번 더 나에게 질풍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거야 너에게
한번 더 나에게 질풍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거야 너에게
가끔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던 시절 학교가 끝나고 나서 보던, 주말에 굳이 일찍 일어나서 좋아하는 애니의 본방송을 챙겨보면 그때의 티비 속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들이 그리워서 유튜브에 ost 모음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을 때가 있다.
사실 처음에 찾았을 때는 추억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근데 요즘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지금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나에게 위로를 주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주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내가 들었던 노래들은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 있을 것 같고, 주인공들이 그리고 그 시절의 내가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해줄 것만 같다.
1월1일에 듣는 첫 곡대로 그 해가 흘러간다는 말을 듣고 항상 용기를 주는 음악 이런 말을 검색창에 입력했었는데 다가올 2024년에는 내가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ost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놓고 들어야할 것 같다.
애니 ost는 나에게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그때의 내가 원하던 꿈들과 애니 속 주인공들이 바라던 꿈들이 모두 담겨있는 앨범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소망이 모두 담겨있는.
오늘도 tears를 흘리러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러 가야겠다. 나는 대문자 T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