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이라는 걸 20대 후반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나이에 와서야 알게 됐다. 학교를 다닐 때나 사회 초년생일 때만 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면 본업을 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취미생활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애매한 시행착오를 2년 동안 겪고 나서야 하고 싶은 것을 꼭 취미로만 할 필요는 없고,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돈 벌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작년에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은 사실하지 않았고 그저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다.
나이가 깡패라는 말은 숫자에 대한 집착이 있고 그 나이대에 맞는 정해진 수순이 있는 우리나라와 정말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데 왜 30년 뒤의 나를 걱정하지?' 같은 말을 버릇처럼 내뱉는 나 같은 사람도 이 나라에서 반 오십을 살면 자연스럽게 나이에 대한 강박이 몸 깊숙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 좁은 나라에서 더 작은 우리 지역 안에서만 살기에는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언어가 안 돼서 같은 핑계로 얼룩진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 내가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sns에서 본 할머니 한 분 덕분이었다.
뒤늦은 나이에 도전해서 꿈을 이루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고 매체를 통해 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냐고 물어본다면 글쎄...?라고 답하고 싶다. 대단하고 멋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30대도 되지 않은 내가 '그래! 저분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할 건 뭐야!'라고 감응되어 도전할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할머니 이야기는 매체에서 본 수많은 사람들보다 더 나이가 많고 나와는 더욱 동 떨어진 사람일 텐데 어째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을까.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굳이 꼽자면 단순하고 평범해서. 할머니가 하신 건 하나뿐이다. 아이패드에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기.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아이패드에 그렸고, 그리는 방법을 몰라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따라 했다. 강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스스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고, 그림들을 sns에 업로드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단순하고 평범한 과정들이다.
지금까지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강의를 듣거나 준비물만 열심히 준비했지 뭐 하나 제대로 완성한 것이 없었다. 내 수준은 저 밑바닥인데 올리면 비웃음 당하지 않을까, 내가 봐도 경력 하나 없는 신입 같은데 누가 나한테 일을 맡길까, 여기서도 나는 핑계로 뒤덮여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렇기에 나는 상상하지도 못할 생각과 취향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나의 결과물도 좋아해 줄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며 그 사람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결국 나를 사람들 앞에 보여야 한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2024년을 기다리며 남은 이번 연도 19일은 어설프고 엉성하고 모자란 나의 결과물 하나를 준비하려고 한다. 다가오는 내년은 실력을 쌓아야지, 중급은 되어야지 같은 마음으로 망설이고 미루기보다 일단 가보자는 거야~! 마인드로 저지르는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나에게 새해는 숫자가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만큼 새로운 도전을 하는 내가 기대돼서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연말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불면증으로 잠 자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던 열정을 다시 불태우며 남은 2023년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