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힘든 내 상황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것에 눈이 팔려 들어오는 것보다 많은 돈을 쓰다보니 모아 놓은 돈도 조금씩 줄어 들었다. 끌리는 것이 있으면 하루 고민하고 강의 끊고 학원 끊고 시도하는 건 늘어가는데 그만큼 포기하고 실패하는 것도 늘어가다 보니 자존감과 자신감도 뚝뚝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 됐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늦었지만..) 이번 년도 상반기에 돈만 쓰는 취미생활도 의욕만 앞서서 결제했던 인강도 전부 그만 두고 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부모님께 물어본 내 성격과 성향, 어렸을 때 좋아하던 것, 관심있던 것 등등 적어볼 수 있는 모든 건 다 적어봤던 것 같다.
그렇게 적어서 하고 싶은 것이 뭔지는 찾지 못했지만 직장에 다시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깔끔하게 접었다는 점은 드디어 한 발 뗐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부터 진로/직업 검사를 하면 80% 이상이 예술가 성향이고 나머지가 현실? 안정? 을 추구한다는 성향이 나왔었다.
그 당시에는 결과를 진지하게 보지도 않았었고, '나도 참 모순적인 성향이네' 라고만 생각했었지 큰 고민은 하지 않았었다.
대학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음악 전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졸업하면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관련이 없더라도 음악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경영학과로 편입을 하고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회사에 취업할 생각이나 했지 프리랜서? 나와는 전혀 상관도 없고, 내 성격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직업은 절대 하지 않을거라 애초에 머리 속에 저 단어가 떠오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재밌는거라고 누가 그랬더라.. 정말 이 말에 백번 천번 공감하며 박수를 치고 싶다. 노트에 적어본 내 성격과 성향을 나열해서 한 번에 보니 나는 조직 생활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래서 어차피 내가 앞으로 뭘 하지도 모르는데 큰 틀은 정하자 싶어서 과감하게 취업을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결정은 지금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되면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내 일을 하는 것도, 시간을 정하는 것도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고 받아 들여야 해서 못할 거라고 지레짐작 해왔지만 지금은 안다, 나는 차라리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고 인정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보면 가장 큰 고민 하나를 덜어 놓고 나니 그 다음은 오히려 쉬웠다.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것이나 관심있던 것이나 해보고 싶었던 목록을 보면서 가야할 길을 정할 수 있었으니까. 누군가는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서 돈을 모으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을까,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른데 모두가 같은 길을 선택한다면 지금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 재미없고 지루해서 일찍 죽어버리고 싶어졌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사람이 살아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인생은 재밌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