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리 Dec 06. 2023

가볍지 않은 마음

눈치 주는 사람은 없는데 혼자 눈치 보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유학을 가거나 혹은 가지 않더라도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기가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 다 오는 사춘기도 오지 않아서 뒤늦게 오는건지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조차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눈 앞에 생기니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취업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인지 어느 분야로 취업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봤어도 그 문제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가 '이 일을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음악 전공을 하다가 편입을 해서 4년 과정을 고작 2년 배웠고 이 마저도 4학년 막학기에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취업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점을 채웠다. 4년을 배워도 취업을 할까말까 할텐데 뒤늦게 이 전공으로 그것도 단지 편입을 해야하기 때문에 가장 하기 쉬운 전공을 찾다 보니 들어간 그 학과의 졸업생인 내가 도대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거였을까?


경영학과로 편입한 이유 중 첫번째이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위에 언급한 대로였다. 그 다음은 음악 전공을 하면서도 내가 연주자로 먹고 살 만큼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음악과 관련하여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경영학과에서는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내가 데이터 관련 직업을 선택했던 것도 마케팅에 있었던 관심과 4학년 때 들었던 프로그램이 빅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잘 맞물려서 진행이 됐었다. 그리고 결국 졸업 전에 온라인 마케팅 직무로 취업을 하긴 했으니까 결과만 보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 (단지,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이었을 뿐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많이 잘못된 길인 것 같긴 한데… 이미 지나갔으니 어쩌겠나


작년까지만 해도 나도 그렇고 부모님도 내가 뭘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다. 내가 퇴사하고 본가에 내려온 이유에 공부도 있긴 했지만 서울에서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고 지내는 내가 걱정 돼서 그냥 내려오라고 했던 부모님의 권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런 상황이 이제 2년이 되어가니 저번에는 엄마가 '괜히 내려오라고 했나,, 계속 다녔으면 월급은 많이 받았을텐데' 하는 말을 해서 아, 이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뭘 시작하기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하고 한번도 부모님께 손 벌린 적은 없지만 아무 돈도 내지 않고 식과 주가 해결되고 있었으니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괴리가 있긴 하다.


이러니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도 스펙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 아닐까 허허

그리고 안정될 때 까지는 독립하지 않으려고 했던 나도 이제는 슬슬 본격적으로 혼자 살기 시작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원래도 나는 가족은 떨어져 지내야 사이가 좋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부모님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가 지내는 일상에 누군가가 사소한 일도 개입한다는 사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눈치가 있는 사람인데 아무리 30살 되기 전까지는 같이 살자고 하지만 어떻게 그러겠나 싶고 사실 내가 불편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들으면 속상해 하겠지만… 알바도 아예 다 그만뒀다. 이번 달에 모든 걸 걸고 시작해보려고, 더이상 미루면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제 정말 해야지, 변명하지 말고. 



 

이전 03화 직업에도 유행이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