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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Nov 13. 2023

퇴사일기 ①

누구나 퇴사는 하잖아요? 저는 그게 좀 빨랐을 뿐이랍니다.

2021년 겨울, 

코로나로 인해 취업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괜히 움츠러 들었었다.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외활동을 열심히 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흔한 토익 점수조차 없었던 나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이름도 긴 빅데이터 어쩌구··· 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렇게 4학년 여름방학에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12월 초겨울까지 진행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빅데이터 분야에 취업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 당시에는 관심 있다고 생각했던 분야인 마케터로 서울에 취업을 했다. 11월에!


자취를 하고 싶었고, 취업준비를 처음 해 봤던 나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코로나로 인해 취업이 더 어려워질까봐 합격하자마자 그 다음주에 서울로 상경했다. 집도 없었는데 참 대책없었다.

경기도에 자취하는 친구 집에 신세를 지면서 왕복 3시간이 넘는 시간을 광역버스에서 보내며 한 달 가량 출퇴근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 조금 대단하게 느껴지면서 미련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하철로 20분이 걸리는 동네에 자취방을 구했지만 수습기간이 끝나는 3개월 후, 나는 퇴사하게 된다. 스스로가 겁이 많다고 생각해왔는데 저질렀던 일들을 보면 겁은 많아도 실행력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좋은 거겠지?


자취방 계약을 했으니 월세는 내야하는데 퇴사를 해버렸으니 어찌할까, 취업을 해야지.

사실 사직서를 내기 일주일 전에 이미 공고를 찾아보고 지원까지 다 한 상태여서 퇴사한 그 다음주에 바로 면접을 봤다. 종종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운이 나쁜 편이 아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취업한 곳이 백화점.

여의도에 처음 오픈하는 대형 백화점, 더 현대 서울 이다.





합격하고 나서 친구들과 가족들은


"네 성격에 서비스직을 어떻게 하려고?"

"손님이랑 싸우는 거 아니야?"


... 였지만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긴 한데 일은 잘 했다.


서비스직으로 재취업을 한 이유는 나와 맞지 않는 것이 마케팅인지 사무직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고, 8시간을 앉아서 컴퓨터로 근무하다 보니까 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눈을 쉬게 해주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


그리고 나는 평생 서비스직은 하지 않을거라고 하긴 했지만 사무직을 제외하면 그 당시의 내가 접근하기 가장 만만한 직종은 서비스직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자취방 계약이 끝나는 시점까지 근무하려는 계획과는 달리 1년을 채우고 퇴사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백화점에서 근무한 그 시간은 후회하지 않는다. 돈도 많이 모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으며, 나는 정말 서비스직과 안 맞네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라 배운 점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화가 나고 억울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일단 참아야하고, 침착해야 하며, 모든 순간에 인내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일을 하면서 대화하는 스킬이 늘 수 밖에 없었고, 의외로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더니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그 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기에 감사한 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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