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만 하는 것 :- 올해의 나에게는 블렌더를 익숙하게 다뤄서 프리랜서 기반을 다져 놓아야 한다는 것에 있다. 다시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생각날 거면 마음 단단하게 먹고 제대로 해보자" 싶은 생각으로 발을 들여 놓았지만 취미와 직업은 이렇게나 부담감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다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 관심있는 일을 해야 더 오래할 수 있다고 했나보다. 물론,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지만 그게 잘하는 일이면 최고이고, 실력이 어떻게도 안 된다면 그냥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나도 좋고 너도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일을 못 하는데 어떻게 착한 사람이야. 일 못 하는 사람+착하기는 한 사람과 첫 직장 때 부터 일했던 나로써는 너무x1000 (공 더 붙이고 싶음) 공감하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고, 오래 흥미를 가져갈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고 기나긴 방황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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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방황 끝에 블렌더를 선택한 것도 몰랐던 나의 성향을 알게 되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한 결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렇게까지 내 흥미를 끌었고, 포기까지 했는데도 미련이 남아 갈팡질팡한다는 것부터 하고 싶다는 것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걸 알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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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첫 강의를 들으면서도 느꼈지만 연습을 안 한고 하루 건너뛰는 날은 있어도 하기 싫어서 책상 앞에 앉아 놓고 프로그램을 안 킨 적은 없었고, 어려운 과정이 있어서 버벅 거리다가 멍하니 듣기만 한 적은 있어도 완성도 하지 않은 채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다시 시작하면서 이 점이 가장 크게 바뀐 점이라고 할 수 있고, 스스로 마음 다잡고 시작했음에도 남아있는 불안함을 다독여주는 첫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연습하면서 신기할 때가 있었는데 사실 초반에는 아무리 의욕이 있어도 재미를 붙이긴 어려울 거라고 지레짐작 했었고, 나의 허접한 성능을 가진 노트북에 인내심을 갖자고 타일렀어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면서 새롭게 배우는 기능을 적용하면서 강사의 화면이 아닌 나의 화면이 변하는 모습은 너무 재밌었고, 어려운 게 아닌데 왜 나는 어렵다고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깐 떠올랐다. 작업이 무거워질 수록 버벅거림이 심해지거나 프로그램이 아예 다운될 것을 예상하며 화내지말고 그냥 기다리자, 천천히 하자, 인내심을 기르자, 했으면서도 지금까지 다운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버벅거려도 가만히 기다리는 내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물론 키보드 던지고 싶은 적이 있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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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는 "공부"라는 자체가 어렵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하던 모범생 스타일도 아니었고, 피아노 전공을 했을 때도 재능이 있던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우직하게 5시간이든 10시간이든 연습하던 타입이었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또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은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뭘 아는 상태여야 할 수 있다는 거다. 기초가 잡히지 않거나, 알아도 애매하게 알거나, 나에게 어떤 방법이 맞는지 모를 때는 그냥 무식하다고 할지라도 무작정 하고 또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연습을 했을 때 처럼 시간을 왕창 투자하거나 보지 않고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달달 암기하거나 하는 식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의외로 기억력, 암기력이 좋은 편이라서 이거 하나만 외워야겠다 마음 먹으면 해내고야 만다. 그래서 당장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저런 방식으로 공부하고, 이렇게 하면 효과를 볼 수 있고 같은 말들은 지금의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거나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당장 내가 할 일은 주제만 하나 정해서 뇌에 박힐 때까지 읽고 말하고 듣는 것 뿐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