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블루 May 06. 2024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


퇴사한지 이제 횟수로 3년이 되어가는 이제서야 저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 한 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었다. 직장에 다닐 때 최소한 30분은 일찍 출근하여 유니폼 갈아입고, 화장실 다녀오고, 커피 한 잔 뽑고,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고요한 그 잠깐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어도 버티게 해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만들게 해준 나의 습관도 학교 다닐 때 한시간 일찍 교실에 도착해서 혼자 책 읽고, 멍 때리며 곧 시끄러워질 학교를 기다리던 어린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습관은 무섭다는 말처럼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겠지. 이 전에는 "지각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단순히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혹은 늦는 것 보다는 내가 편하려고 일찍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직장생활을 하고 나이가 한 살 더 들어갈 수록 성실함꾸준함도 재능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피아노를 할 때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하교하면 연습실에 갔고, 일주일에 두 번 레슨을 받았으며 시간이 늦어져도 한 시간이라도 연습하기 위해 다시 연습실을 방문했다. 친구와 약속이 잡혀도 오전에는 연습을 하는 일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내가 하던 것이 잡생각은 하지 않고 성실하고 꾸준히 무언가를 했던 거구나 싶다. 현재는 왜 뭘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를 하고,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하고,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는 걸까.


나이가 들면 겁이 많아져서 내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도전하기가 망설여지고, 책임질 것도 사람도 많아지니 포기를 하게 되고, 그렇게 긍정적인 앞 날보다는 부정적인 앞 날을 생각하게 되고 결국 시작하더라도 끝을 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나이가 많은 것도, 책임질 것이 많은 것도 아닌데 왜 항상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중도 포기를 반복하게 되는 걸까. 결국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니 이렇게 일 년을 공부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있을지도 확신을 하지 못해 '안될 것 같은데...' 하며 포기해버리는 일만 발생했었다.


-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빨리 하려고 몰아붙이지 말자고 다짐을 하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했음에도 무기력함이 찾아왔고,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뒤덮었으며, 또 한 번 포기까지 걸어갈 뻔 했지만 천천히 다독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더 이상 방황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번 년도를 마지노선으로 정해뒀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하게 모든 걸 진행하려고 하면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한 건 많지만 내게 남는 건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확신으로 다가왔다.


나이도, 주변의 걱정도, 나의 조급함도 없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를 목표로 세웠다. 예전이었으면 강의를 이것밖에 못 들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고 진도가 나가지 못한 이유를 찾아 헤맸겠지만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일단 끝까지 듣는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보니 크게 걱정도, 불안도, 짜증도 하지 않게 되었다.


강의를 듣기 시작한지 이제 2주차가 시작되었지만 나는 이제 챕터1을 끝내고 챕터2를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걱정하지는 않는다. 결국 다 듣게 될거니까. 사실 아직도 내가 이 길을 가야할지, 나와 맞는 길인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생각이 충돌하고 사라지는 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그렇지만 강의를 듣는 동안에는 그런 고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 이 길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길이 생길테니까 무작정 포기하며 스스로를 우울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 것 없고 작은 존재인데 이런 내가 못할 일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작은 도시, 또 더 작은 나의 집에만 있는 걸 보면 여전히 나는 두려운 게 많은가 보다.


그런데 요즘따라 "아.. 조만간 더 늦지 않을 시기에 나는 이 곳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 때가 있다. 아직도 두려운 게 있고, 겁나지만 이런 감정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도 없어지지 않을 거란 걸 안다. 그렇기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로 미루는 건 어리석은 짓이고 더 많은 기회와 도전을 할 수 있는 스스로를 외면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은 실패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것들이다.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값진 경험을 하게 해주며 그 안에서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겪게 해주고 싶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나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전 23화 또 작심삼일 병이 왔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