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일 때는 성인이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항상 상상해보고는 했었다. 신분증이 있다면 못 사는 것도 없고, 나 혼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도, 나만의 집이나 차를 갖는 것도, 단순히 교복을 입지 않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설레였었다.
하지만 재수를 했기 때문일까?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 진로에 대한 문제로 부모님과 큰 갈등을 한 번 겪어봤기에 성인이 된다는 것은 이제 나의 모든 선택에 대한 결과는 온전히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일찍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뒤늦게 부모님이 걱정하신다는 걸 알면서도 방황을 시작했고, 가끔 나 자신이 초라하고 작아보일 때가 있음에도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은 충분히 질 수 있어' 같은 긍정적으로도 철없게도 보이는 마음 가짐으로 꿋꿋이 버텨내 온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현실에 타협에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서 중학교 마지막 학년 겨울, 처음 진로를 정했던 그 마음을 다시 갖게 될 수 있었다.
어떤 작가분 강연에서였나. 돌아가시기 직전인 분들이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살면서 어떤 것이 가장 후회되세요?"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고 후회됐다고 한다. 모든 분들이 했던 것에 대한 후회는 보다는 하지 않거나 못했던 것이 더 마음에 남아있던 것이다.
유독 내가 사는 이 사회는 나이에 대한 강박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20대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30대에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고, 40대에는 가정과 직장이 안정적이고, 50대에는 자식들의 결혼을 보고 이런 것들 말이다.
이런 사회적인 틀에서 송곳이 되어버리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 나이에…" 어쩌구 저쩌구 같은 거.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은 다르고, 그게 언제 어느 때에 올지도 모르고, 항상 100세 시대라고 했으면서 20대에 나의 길을 정해버리면 앞으로 최소 3~40년은 그 일만 해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지금 초등학교를 들어가도 마흔이 안 되는데(ㅎ) 말이 길어지긴 했는데 그래서 나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어른이어서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라기 보다는 막대한 중압감..?이 느껴지는 "책임감"이라는 걸 먼저 알아버렸다.
근데 알아버린 거 치고는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긴 한데 뭐랄까,, 내 인생이 정말 시궁창으로 처박히지 않는 이상은 하고 싶은 걸 해도 딱히 망하지 않겠다는 걸 그만큼 일찍 알아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성인, 어른, 뭐 이런 거에 크게 연연해 하지도 않기로 했다.
이러면서 제목은 왜 어른이어서 좋은 점이냐면 우리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24시 무인 카페에 혼자 새벽에 가도 되는 나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 낮에 가면 시끄럽고, 테이블도 꽉 차고, 별로 앉아있고 싶지 않아서 가끔 커피만 사고 나오는데 밤 12시에 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성인이니까.
사람도 차도 별로 없어서 고요한 그 시간에 혼자 동 떨어진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