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속으로 여름 장마인 것처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해가 떴다. 하늘이 높고, 구름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햇빛이 땅에 내려앉으면 아무리 비 오는 날을 좋아하더라도 '역시 사람은 해를 보고 살아야 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도 오늘로 5일이 되어간다. 평일 알바지만 인수인계를 주말에 받았더니 금요일까지 7일 출근을 하게 되어버렸다. 6일 근무도 가물가물한데 7일 근무라니.. 저녁 타임에 4시간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르바이트 하겠다고 아무 곳이나 지원했다가는 큰일 날 뻔 했다 휴=3
일하다보면 5시간과 4시간은 은근히 차이가 커서 이제 슬슬 힘든데? 할 즈음에 퇴근할 시간이 되는 4시간 근무가 좋은 것 같다. 사실 4시간은 처음 해본다. 5시간이 기본이었고 아니면 아예 풀근무여서 8시간~9시간이었는데, 물론 짧게 나눠서 여러군데 일하게 되면 스케줄 조정이 좀 힘들어진다는 단점이 생기겠지만 웬만하면 이제 시작한 이 곳에서 1년을 채우고 싶다.
나머지 수익은 블렌더나 그림이나... 빡세게 연습해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이번 년도는 내가 이어갈 수 있다는 지지기반을 만드는 해라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다지지 못하면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아예 없어질 수는 없는지라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불안함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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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순간, 여기서 1년 채우고 퇴직금 받아서 순례길이나 갈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어제 순례길 검색도 했다. 흐흐흐.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해외를 그렇게 가고 싶어하면서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며 가지 않았던 건 그곳도 사람사는 곳인 건 알지만 지금처럼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일 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과 가족이 있는 곳은 너무나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단 무작정 떠나버리고 나서 여기나 저기나 사는 건 똑같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정말, 엄청나게 크다는 걸 스스로 잘 알아서 조금씩 미뤄왔다는 짐작도 요 근래 들어서 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년까지는 엄마를 위해(집안 사정^^...) 독립하지 않는 게 뭔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데 일조하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있어서(그렇게 심각하진 않겠지만!). 나는 엄마가 더이상 우리 가족(아빠, 엄마, 나와 동생) 이외의 가족 일로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럴 가능성이 보이는 행동은 차단하려고 한다.
아예 독립해서 우리 집에 남는 방이 있다는 것 보다는 내가 집을 자주 비우지만 그래도 독립이 아니라 살긴 한다는 건 전제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냥 멀리 이사를 가라니까 다른 지역 이사는 싫다는데 어떡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