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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Jun 03. 2024

나의 세계관을 가득 담아

요즘 나름대로 시간에 맞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1. 영어 대화문 영상 하나 보면서 노트에 적고 따라 말하기

2. 캘리그라피 복습하고 새로운 강의 듣기

3. 영어 강의 듣기

4. 그림 강의 들으면서 알바 가기 전까지 계속 그려보기


이 패턴을 현재 2주 넘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름 익숙해진 것 같아서 주말에도 까먹지 않고 대화문 쓰기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래서 힘들고 귀찮아도 한 달만 하면 그 뒤부터는 습관이 잡혀서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고 다들 말했던가 싶기도 하다. 여기서 앞의 3개까지는 사실 문제가 없다. 캘리그라피는 강의를 다 들으면 그저 내가 쓰고 싶은 단어들 하나 하나 연결해 보면서 쓰다 보면 언젠가는 익숙해질거고, 지금도 나름 재밌어서 하반기에는 공모전에 참가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영어도 현재 듣고 있는 강의는 다 들어가고 (이것도 습관 잡는 것? 하는 방법?에 가까움) 대화문은 39개의 영상이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져 있어서 다 듣고 나면 최소 3번은 더 반복해서 들을 예정이다. 그래서 영어도 문제 없음! 여기서 제일 문제이고 심각한 건 그림이다… 심각한 이유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내 그림으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림 강의를 보면 항상 기초에 대한 걸 듣게 되는데 이 과정을 어느 강의를 선택해도 동일하게 반복하다 보니까 이제는 내가 연습할 일만 남아서 더이상 듣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나의 그림체를 찾는 방법이라거나 인물화에는 관심이 없어서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체와 분위기로 일러스트를 그리는 분들의 강의를 계속 찾아보게 되는데 그럴수록 미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그리고 싶은 건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풍경/일상 일러스트를 그리고 싶고 여러 색을 쓰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대표 색을 하나로 채도를 변경하거나 어울리는 2~3가지만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언제부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대체 뭘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같은 지점만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걸 무작정 그리기 시작하다 보면 안 되는 부분이 생기고 그 부분만 중점적으로 연습하다가 다시 전체적인 걸 그려보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하나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데 나는 무작정 그리기 시작하는 것 부터가 어렵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하다보니 뭐든 모작을 해보는 게 가장 쉽게 시작하기 좋은 것 같아서 그려보고 싶어지는 사진이나 내가 그리고 싶은 분위기와 비슷한 사진을 찾아보려고 했다.


여기서 하나 더 문제, 나는 분명 그리고 싶은 게 명확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진을 찾아보려고 하니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서 사진을 찾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겨버리고 만것이다. 이게 바로 빠져나올 수 없는 무한 궤도…? 그래서 나는 뭘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거지? 하며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보내는 와중에도 틈틈히 머릿 속을 굴린 결과 어찌저찌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주변에 있는 걸 그리고 싶은 것 같다.


버스를 놓쳐서 정류장 의자에 혼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잠깐의 고요함,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가로등 밑을 지나가는 기분,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봤을 때 보이는 하트 구름에 좋아지는 어느 날, 주말 오후에 방 안 침대에서 나른하게 누워있는 포근함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이 발전해서 굳이 화려하진 않아도 잔잔한 마을이라거나 야경이 가득한 도시라거나 이런 분위기,


여기에 더해서 나는 물을 좋아하는데 너무 광범위 하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투명하게 바닥이 보이는 수영장, 잔잔한 강 위를 떠다니는 나룻배, 파도가 지나간 바다의 잔물결, 이런 걸 좋아한다. 이 것들이 더 나아가서 판타지스러운 나의 취향을 한 스푼 담아 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활용해서 또 다른 일러스트도 그려보고 싶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까 색을 굳이 여러 개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일러스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브러쉬도 고정할 필요를 느꼈고, 하지만 브러쉬는 다 사용해 본 것이 아니고 제대로 나의 그림을 그려본 것도 아니라서 이 과정은 시간이 더 지나야 정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만 했을 때는 확실한 것 같으면서도 어지러워서 도무지 시작할 엄두가 나지도 않고 이러다가 또 흐지부지 되어버려서 나는 영영 그림과 닿지 못할 사람인가? 하는 착잡함이 나를 우울하게 할 뻔했는데..!


글로 쓰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또 정리하고 읽어보니까 올해의 남은 목표가 점점 선명해지는 것 같다.

sns 라는 매체가 발달하기 전에는 그림이란 그저 악기처럼 전문가의 영역이었고, 제대로 전공으로 배우지도 못하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내 위치에서는 그저 취미 생활로 이어가면 만족할 그런 분야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그림으로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무궁무진 하고, 사람들의 취향도 그만큼 더 다양해지면서 누가봐도 와-! 하며 감탄사가 나오진 않더라도 작가의 취향, 분위기, 특징만 제대로 담겨있다면 충분히 공감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실감을 한다.


어차피 하고 싶은 일이라면 지금보다 3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는 당연히 잘 그리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고 그럴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단순히 잘 그리기만 하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나의 그림을 보면 다 같은 작가가 그렸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나의 세계관이 담겨 있는 그림을 건강하게 꾸준히 그리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 내가 이렇게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구나, 생각하며 견디고 싶다.


전문가는 결국 버틴 사람일 뿐이라는 걸 이제는 어렴풋이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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